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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Nov 19. 2018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가끔 인터넷에서 동기부여 영상을 보다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심장이 뛰는 일을 하세요!"


그런데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보다. 졸업 직후 취업을 앞둔 상황에서 나는 말 그대로 그냥 '하고 싶은 것'을 생각했다.

국내 배낭여행. 이게 하고 싶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유유히 국내를 돌아다니고 싶었다. 취업은 나중에 생각하고 싶었다. 


'뭐 어차피,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훌쩍 떠나는 사람도 있는데, 직장을 갖기 전에 해보는 게 뭐 어때?'


그래도 무작정 돌아다니는 여행은 싫었기에, 여행의 주제를 정해 보기로 했다. 


시골의 밥상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던 나는 시골 할머니들이 해주시는 밥을 얻어먹고 싶었다. 음식이 전국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이 시대에서, 시골의 밥상은 각 지역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모르는 사람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보니 시골에는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농사일이든 뭐든, 일손을 돕는다면 밥은 주시겠지...? 거기에 잠자리까지 제공받는다면? 돈은 거의 쓰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 이거다.


그렇게 2018년 5월, 가방을 짊어지고 집을 나왔다. '강화도를 시작으로 경기북부,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를 돌아오기까지 절대 집으로 오지 말자'라는 생각과 함께 떠돌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각 마을의 이장님을 찾아가 일손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여쭈어보며, 숙식을 해결할 곳을 구했다. 


일할 곳을 찾지 못해 텐트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마을회관이 내 집이 되기도 했다. 일할 곳이 구해지면 2~3일간 숙식은 해결됐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일이 구해지는 순간일 뿐,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농사일만 하고 나면 허리와 무릎이 쑤셔, 다음날 잠에서 일어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되곤 했다. 그래도 나 같은 낯선 사람을 받아주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욱더 열심히 일손을 도와드렸다.


나의 정성이 통했는지는 몰라도 어머님, 아버님들이 나를 응원해주시며, 나의 여행을 도와주시기 시작하셨다. 내가 갈만한 다음 농가를 소개해주시기도 하고, 내가 떠날 때 차비에 보태 쓰라며 용돈을 주시기도 하셨다. 덕분에 나는 매번 다음 농가를 찾는 수고를 덜하기도 하고, 여행 경비의 부담을 덜기도 했다. 


그렇게 151일간 시골을 돌아다니며, 전국 각지에 있는 농부님들을 만났다. 농사일을 하며 농부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농사와 농촌에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루 14시간 고된 노동을 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는다는 농부님의 말씀, 수개월간 고생해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일 년 농사를 망칠 수 도 있다는 말씀, 젊은 인력이 없어 큰일이라는 말씀 등등... 농사가 힘들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우리가 우리 농산물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농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수록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농부님들의 생활은 힘들어지고 있었다.


"자네 같은 사람이 꼭 좀 농업인들을 위해 도움을 주게나"


단순히 시작한 여행은 점점 어깨가 무거워졌다. 내가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여행 동안 나는 수많은 농부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내가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드디어 나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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