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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Dec 06. 2018

날씨가 가물어 예민해

가뭄 피해

2018년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나는 강원도 강릉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정확히 정해진 곳이 없었지만, '강원도하면 감자 아닌가?' 라는 생각에 넓은 감자 밭에 가보고 싶었다. 강릉 터미널에서 나오니 인포메이션 센터가 눈에 띄었다.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인포메이션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감자 밭이 많은 곳에 가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죠?"


나는 내가 어떤 여행하고 있는지 말씀을 드리고, 강원도에 왔으니 감자 밭에 가서 일손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직원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고랭지 감자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 가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마침 저희 삼촌이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데, 원하시면 연결해드릴까요?"


"그래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직원 분이 전화를 거셨다. 하지만 삼촌분은 농사일 때문에 바쁘신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지금 아마 바쁘셔서 전화를 못 받으시는 것 같은데, 제가 위치 알려드릴 테니까 한번 가보시겠어요? 제가 삼촌한테 연락해놓을게요"


연락이 되지도 않은 곳에 무작정 간다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마을에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에 3대뿐이었고, 곧 점심에 출발하는 버스가 온다고 했기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일단 그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볼게요. 삼촌 분과 연락되시면 연락 주세요"


"네, 전화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고랭지 감자 밭으로 가는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산골짜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차멀미를 하지 않는 나조차도 멀미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지나 어느덧 해발이 높은 곳에 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좌 우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감자 밭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감자 밭

'우와,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감자 밭이 있구나'


긴 여정끝에 마지막 정류소에 도착한 버스는 남아있는 모든 승객을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죄송한데, 저희 삼촌이 부담스럽다고 하시네요. 죄송해요"


"아... 어쩔 수 없죠... 괜찮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나 넘게 들어왔는데, 이제 어떡하지?'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저녁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마을 주변을 다니며 일손이 필요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마을에서 이동 수단은 오직 두 발뿐이었다. 나는 마을 이장님들을 찾기 위해 무작정 마을회관으로 가보았다. 마을회관은 썰렁했다. 주변 가정집에 가보아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을분들이 다 어디 가신 거지?'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마을 주민분을 만나 뵐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일손이 필요하신지 여쭈어 보았더니, 지금은 도와줄 일이 없다고 하셨다.


"지금은 도와줄 게 없어. 다른데 한번 가봐"


다른 마을회관을 가던 도중 때마침 트럭 한 대가 지나가길래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았다. 트럭은 다행히 내 앞에서 멈춰섰다.


"안녕하세요!"


"어디까지 가?"


"OO 마을회관이요"


"거긴 왜?"


"마을 이장님을 만나 뵈려고요"


"그래? 내가 마을 이장인데?"


"네?"


정말 운이 좋았다. 우연히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이분이 마을 이장님이라니.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더니 이장님은 아마 이 마을에선 일손을 구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날씨가 너무 더워 올해 감자 농사가 흉년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올해 날씨가 너무 덥고 가물어서 감자가 다 말라버렸어."


이장님의 말을 듣고나서, 밭을 자세히 보니 정말 감자 잎이 싹 다 말라있었다.


"일단 지금 감자 농사짓는 곳에 가고 있는데 같이 가보자고"


"네"


이장님과 도착한 한 농가. 마침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시는 어르신들이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혹시나 일손이 필요하신지 여쭈어보았다.


"에휴 도와준다니 고맙긴 한데, 지금은 할 일이 없어요. 며칠 동안 비가 안 와서 큰일이야"


"에휴 이번엔 감자 농사 안돼 안돼... 틀렸어..."


어르신들은 애꿏은 하늘을 보며 낙담을 하셨다. 결국 나는 이곳에서 일손을 구하지 못하여, 다시 시내로 돌아가야만 했다. 돌아가는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신 이장님이 말씀하셨다.


"미안하게 됐네. 이번에 날씨가 가물어서 마을 사람들이 다 예민해. 이곳은 다 감자 농사짓는 곳인데, 농사가 제대로 된곳이 별로 없거든..."




나는 비 오는 날씨보단 햇볕이 쨍쨍한 여름 날을 좋아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하고, 비로인해 습해진 공기는 기분마저 꿉꿉하게 만들기때문에 비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비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몇날 몇일 하늘만 바라보며 비가 내리길 기도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는 농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인간이 날씨를 조종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내년에는 감자를 키우시는 마을분들이 활짝 웃으며 일할 수 있길 바래본다.


2018.06.21

강원도 강릉에서

2018년 5월, 지역 음식과 지역특산물을 주제로 국내배낭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시골 농촌을 다니며, 농사일을 돕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151 일간 각 지역의 농부님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농사일을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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