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먹거리 장터
"여기 묵사발 하나랑, 감자전 하나 주세요~"
"여기 국수 세 그릇 주세요~"
점심시간이 되자 먹거리 장터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먹거리 장터. 메뉴는 간단했다. 감자전, 잔치국수, 묵사발, 묵무침 그리고 닭발이 전부였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감자전과 잔치국수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쁘다고 하셨다.
"이장님 여기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편인가요?"
"이따 저녁에 한 번 봐봐"
오후에 일과를 마치고 다시 찾은 먹거리 장터. 이장님 말대로 점심시간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녁에 가장 잘 팔리는 메뉴는 국수와 감자전 그리고 막걸리. 각 테이블마다 막걸리가 놓여 있는 듯했다.
이장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계신 테이블 역시 막걸리 병이 가득해 보였다. 테이블에 음식과 술이 가득할수록 부녀회 어머님들은 홀과 주방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계셨다.
쉴 틈 없이 감자 껍질을 벗기고 계신 어머님들, 껍질 벗긴 감자를 강판에 갈고 계신 어머님, 감자전을 부치는 어머님, 국수를 삶고 계신 어머님, 설거지를 하고 계신 어머님, 음식을 나르는 어머님, 상을 치우는 어머님. 계산하고 계신 어머님. 홀과 주방의 호흡이 척척 맞아 장터가 물흐르듯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머님 이 장터가 운영된 지 얼마나 된 거예요?"
"한 10년 넘었을걸"
1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이곳 먹거리 장터는 오랜 기간 운영되어 온 만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고 했다. 또한, 10년이 지나도 크게 변함없는 가격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감자전 3000원, 잔치국수 3000원, 묵사발 3000원, 묵무침 5000원, 닭발 5000원. 모든 메뉴가 5000원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싸고 맛있는' 아주 이상적인 장터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장님 그래도 이거 너무 싼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가격을 올릴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마을에서 돈 벌려고 하기보단 마을 사람들끼리 같이 일도 하고 얼굴도 보고 하려고 하는 거니까 그냥 안 올리기로 했어"
여름부터 추석 전까지 약 3~4달간 운영한다는 마을 먹거리 장터. 이제는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주민들까지 소문을 듣고 온다고 한다. 지금은 너무 바빠져 조금 힘들 때도 있긴 하지만, 마을 장터 덕분에 마을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셨다.
"많이 먹고가~"
"네~"
내 앞에는 감자전과 잔치국수가 올라왔다. 대부분의 재료가 마을 근방에서 나온 것이니 맛이 없을 수 가 없다. 후루룩 들이키는 국수는 진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인상적이었고, 쫄깃한 감자전은 식감이 예술이었다. 맛을 보니 왜 유명해졌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맛에 이 가격이면 누구라도 올 것이다. 정신없이 먹고나니 다시 주변이 보였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장터는 정말 바빠보였다. 밥도 얻어 먹었겠다, 나도 감자 깎는 일을 도와드리기로했다. 주방에서는 어머님 세분이 분주하게 감자를 깎고 계셨다.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어도 다같이 하니깐 재밌어"
몸은 힘들지만 재밌다고 웃으시면서 행복해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학 축제의 주점보다 더 밝은 에너지가 넘쳤던 강릉 학산리 마을장터에서 밝은 에너지를 받고 가는 것 같다.
2018.06.21-06.26
강원도 강릉에서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