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총각 Dec 23. 2018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지

경주에서 한라봉을?

'어? 어디 가셨지?'


어제 분명 거실에서 같이 주무셨던 아버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업복을 입고 나가려던 참에 아버님이 땀을 흘리며 들어오셨다.


"일어났나?"


"네, 벌써 작업하고 오신 거예요?"


"응, 날씨가 더워서 빨리 시작했지."


아버님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나를 깨울 수 없어, 먼저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옷을 갈아입고 비닐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광망이 덮여있는 비닐하우스는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어?! 생각보다 덥지 않네요?"


"햇빛만 잘 가려진다면 비닐하우스 내부가 오히려 덜 더워"


"정말 그런 거 같아요"


하지만, 쾌적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역대급 폭염이 점점 비닐하우스를 달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업을 끝내고 나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였다.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주며 작업을 이어갔다.


"아버님 덥지 않으세요?"


"덥지, 그래도 멜론이랑 한라봉은 지금 작업을 다 해야 돼"


아버님은 경주에서 한라봉과 멜론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경주에서 처음으로 한라봉을 재배한 분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버님, 어떻게 멜론이랑 한라봉을 재배하게 되신 거예요?"


"점점 날씨가 더워지니까 거기에 맞춰서 심은 거지."


기후 온난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만 재배가 가능했던 한라봉이 이제는 경주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씀이었다. 기후 온난화가 가져온 재배 작물의 변화라니... 도시에 있을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 변화의 현실이 농작물의 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원래 이 마을에 사과 밭이 정말 많았던 곳이었어. 우리가 농사 짓고 있는 이 땅도 원래는 사과 밭이었다고. 근데 이제는 사과밭이 저기 북쪽으로 다 올라갔어."


"기후 변화에 맞춰서 농작물도 변화하는 거네요"


"그렇지. 우리가 기후를 변화시킬 순 없으니, 우리가 거기에 대응해야지"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7.24-07.28

경북 경주에서


@도시에서온총각  

매거진의 이전글 선물용 과일과 집에서 먹는 과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