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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Jan 05. 2019

다 팔아야 집에 가는 거지

부산 자갈치 시장

새벽 4시. 졸린 눈을 비비며 숙소를 나섰다. 어둑어둑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벌써부터 경매를 준비 중인 상인들 덕분에 시장 주변은 활기를 띄고 있었다. 수산물 경매를 직접 보고 싶어 찾아온 부산의 자갈치 시장.


먼저, 상인분께 수산물 경매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혹시, 생선 경매하는 거 어디서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새벽엔 생선 경매는 안 하고 조개 같은 거만 해. 조개류 경매는 여기서 곧 할 거야"


"아 정말요? 혹시 경매하는 거 구경해볼 수 있을까요?"


"그럼 그럼. 나도 저기 가서 경매해야 하니까 같이 가보자고"


나는 먼저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분께 경매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


"아 물론이죠 마음껏 찍으세요 대신 경매가 시작되면 정신없으니까 이동에 방해만 되지 않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경매 시작 전, 어머님이 경매에서 사용되는 수신호에 대해 알려주셨다.


"검지 하나가 1(천 원), 두 개가 2(2천 원)... 검지를 구부린 게 9(9천 원)"


"그럼 만원은 어떻게 표시해요?"


"단위가 천 원일 때는 1이 천 원, 단위가 만원일 때는 1이 만원!"


"아하"


잠시 후, 경매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물건을 구매하는 중매인 분들은 각자 경매 시작 전 오늘 올라온 물품을 확인한 다음, 필요한 양을 마음속으로 정해두고, 경매에 참여하셨다. 경매가 시작되자 각자 필요한 양만큼 경매에 참여한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키조개 30개 중에 5개!"


"에~~~~"


중매인들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각자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가격이 낙찰되면 갯수 제시해 가져가는 식인 것 같았다. (사실 진행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경매 중인 중매인

"23번, 5번, 12번!"


경매사가 낙찰된 중매인의 번호를 부르면 중매인들은 자신의 표찰을 물건 위에 올려두었다. 하나의 상품이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분. 바로 옆에 있는 물건으로 옮겨가 경매가 진행되었고, 순식간에 모든 경매가 종료되었다.

낙찰받은 5번과 23번 중매인의 표찰

"어머님, 많이 사셨어요?"


"오늘은 물량이 많이 없어서 별로 못 샀네... 날이 더워서 물건이 별로 없어"


"아 물건이 없어서 금방 끝난 거예요?"


"그렇지. 많을 때는 한 시간 넘게 하고 그래. 이따 저녁 10시에 생선 경매하는데 거기도 한번 가봐. 거긴 여기보다 물량 많이 들어오니까 볼게 많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날 밤 9시 40분, 나는 다시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확실히 이곳은 새벽에 구경한 곳 보다 물량이 많았다.(같은 자갈치 시장이지만, 한 곳은 생선류, 한쪽은 조개류로 구분되었다)

이곳 역시 경매 시작 전 중매인들이 생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경매에 올라갈 생선들을 크기 별로 선별하여 박스에 담는 분들도 계셨다.


밤 10시, 경매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되었다. 이곳은 새벽에 구경했던 조개류 경매보다 긴장감이 있는 모습이었다. 경매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낙찰을 희망하는 손이 뻗어졌다.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자갈치 시장을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 경매에 참여하는 중매인, 얼음을 나르는 얼음 상인, 경매가 완료된 생선을 각자 번호에 맞게 가져가는 상인 등. 위판장에는 각자의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


새벽에 진행되었던 조개류 경매보단 시간이 더 걸렸지만, 생선류 경매 역시 신속 정확하게 진행되었다. 분주했던 한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경매가 종료되었고, 경매에 참여했던 중매인들은 이곳에서 바로 장사를 준비하고 계셨다. 생선으로 쫙 깔려있던 경매 현장 어느새 생선 시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분주했던 위판장은 이내 평화를 되찾았다.

경매가 끝나고 어시장으로 변한 위판장

"이제 다 끝나신 거예요?"


"응 이제 이렇게 정리해놓고, 집에 가서 잔 다음 새벽 4시나 5시부터 다시 나와서 장사를 해야 돼. 물건 사가는 사람들이 일찍 오니까"


"아 그럼 몇 시간 못 주무시겠네요?"


"그렇지. 그래도 오늘은 물량이 없어서 일찍 끝난 거야. 물량이 많으면 새벽 2시까지 할 때도 있어. 그러면 그냥 사무실에서 잠깐 쉬다 바로 나와서 장사해야 되지."


"장사는 몇 시까지 하시는데요?"


"뭐 그런 게 있나. 다 팔아야 집에 가는 거지"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05-08.06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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