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시총각 Feb 16. 2019

니가 봐도 할 일이 많아 보이제?

6차 산업을 하라고?

"와... 아버님 피곤하지 않으세요?"


"니가 봐도 할 일이 많아 보이제?"



새벽 5시.

일어나자마자 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 이동하여 널찍한 밭에 도착했다. 이곳은 여름 기간 동안 고구마 농사를 마치고, 늦가을에 수확할 단무지 무를 심는 밭이었다. 오전에 할 일은 단무지 무 씨앗을 심는 일이었다. 나는 장비를 갖추고 나서 밭에 들어갔다. 아버님이 트랙터를 이용해 밭을 갈면, 나는 무 씨앗이 담긴 파종기를 끌고 다니며 씨를 심었다.

 

트랙터로 밭을 가는 중
파종기

그래도 파종기가 반자동 시스템이라 파종기를 끌고 이리저리 다니기만 하면 알아서 씨앗이 심어졌다. 이 밭 저 밭 돌아다니며 씨앗심기를 마쳤다.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역시 땀 흘린 후 하는 샤워는 정말 상쾌하다.


"내는 감 농장에 갔다가 갈 테니까 먼저 체험장으로 가서 사무장님 도와드리고 있으래이"


진주에서 친환경 감 농사를 주로 하시는 아버님(대표님)은 농사뿐만 아니라 감식초 제조, 농장험, 음식 만들기 체험, 교육관 그리고 단체관광객들이 하루 묵고 갈 수 있는 숙박시설까지 운영하셨다. 그야말로 요즘 정부가 밀고 있는 6차 산업 종사자이셨다. 여기서 6차 산업이란, 1차: 농사, 2차: 농산물 가공, 3차: 관광산업(보통은 체험장이다) 즉, "1차+2차+3차=6차"를 말한다.


나는 아버님 말씀대로 체험장으로 갔다. 체험장에서는 사무장님 홀로 오후 체험을 준비하고 계셨다.


"사무장님 오늘은 무슨 체험이에요?"


"오늘은 이번에 수확한 고구마를 이용한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할 거야. 곧 있으면 체험객들이 오기 때문에 준비를 서둘러야 할 거 같아"


체험장에 유일한 직원이신 사무장님은 계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담당하고 계셨다. 나는 바빠 보이는 사무장님을 도와 재료 손질을 하기로 했다. 잠시 후 체험객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의 체험객들은 초등학생들이었다.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


아이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체험학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피자 만들기 체험이 시작되자 정신없던 아이들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초등부라 실습 내내 시끌벅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집중도가 아주 높아 보였다.(어른들보다도)


사무장님은 노련하게 학생들을 다루셨고(?)고구마 피자를 만드는 아이들은 사무장님의 멘트에 홀린 듯이 피자를 만들며 마냥 해맑고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만든 피자
체험장에서 자신이 만든 피자를 먹고있는 아이들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썰물처럼 금세 빠져나깄고, 체험장에는 남은 식재료와 설거지거리가 가득 쌓여있었다.


"저녁에는 다른 팀이 1박 2일 워크샵을 오는데, 이 체험장에서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라, 청소를 말끔히 해놔야 할 것 같아"


나는 사무장님과 함께 설거지와 체험장 정리를 했다. 


"이제 끝난 건가요?"


"이제 숙박동 청소만 하면 오늘 일과는 끝날 거 같아"


"아 맞다 오늘 워크샵오는 팀이 숙박하고 간다고 하셨죠?"


체험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숙박동. 30~40명이 거뜬히 잘 수 있는 숙박동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사무장님은 침구류 정리와 화장실 청소를 하셨다. 


"후 다 끝났어요!"


"고생했어 동영아, 오늘 정말 정신없이 바빴는데 네가 도와준 덕분에 금방 끝난 거 같다"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나는 사무실 가서 내일 체험학습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 동영아 너는 체험장으로 가봐. 아마 대표님이 워크샵온 팀한테 농업 관련 강의하신다고 하시니까 한번 가서 들어봐 봐"


"네~"


체험장으로 가니 어느새 워크샵 팀이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었고, 감 농원에서 작업을 하시다 오신 대표님은 어느새 말끔한 차림으로 체험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계셨다. 아버님은 약 한 시간 정도 열정적으로 농업과 관련된 강의를 하셨다. 


"아버님 강의를 한두 번 하신 솜씨가 아니신데요?"


"그제? 내 잘하제?"


"네. 완전 짱이신데요?"


아버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샤워를 하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계시는 게 보였다.


"아버님 뭐하시는 거예요?"


"아 이번에 고구마 수확한 거, 택배 예약이 들어와서 그거 주소 좀 입력하고 있었다"



"와... 아버님 피곤하지 않으세요?"


"니가 봐도 할 일이 많아 보이제?"


"진짜 대단하신 거 같아요. 농사에, 감 작업에, 강의에... 체험학습까지... 물론 체험학습장이랑 교육관은 사무장님이 맡고 계시지만, 농사와 체험학습장을 병행하시기엔 너무 할 일이 많아 보여요"


"농촌은 아직 부가가치가 크지 않아서 이것저것 다해야 해. 그래 해도 돈은 안돼"


"아 정말요?"


"특히 체험학습장이나 교육관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거의 안돼"


"그럼 체험학습이나 농업교육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시는 거예요?"


"농업 교육을 통해서 보람된 일을 한다는 뿌듯한 사명감 때문에 하는 거지. 사실 사무장님 월급 주기도 힘들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농업 그리고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농민들이 맘놓고 농산물을 만들지. 그 인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교육을 하는 거고"


아직은 농촌이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거 같아.
열심히 해서 제대로 된 농업을 알리고 홍보해야지.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24-09.01

경남 진주에서


@도시에서온총각   


매거진의 이전글 다 팔아야 집에 가는 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