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지원 사업
간만에 책을 펼치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경남 진주에서 감농원을 운영하시는 대표님은 이곳에서 농사뿐만 아니라 체험장 및 교육장을 운영하시며 농업 교육에도 힘쓰고 계셨다.(이전 글 참조) 때마침 내가 진주에서 지내는 동안, 이곳에서 청년 사무장 양성교육이 이루어졌는데, 대표님이 나도 경험 삼아 청강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주셨다.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관계자분들에게 허락을 받고, 3일 동안 이어지는 교육에 함께 청강하기로 했다.
경상남도 주최로 운영되었던 '청년 사무장 교육'은 체험학습 마을을 운영하는 농촌에 청년들을 유입시키기 위하여 20~30대 청년들을 모집해 교육하고,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어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원 사업이었다.
여기서 '청년 사무장'이라는 단어를 짚고 넘어가 보면, 농촌 혹은 어촌 체험학습마을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 고구마 캐기 체험, 전통놀이 체험, 김치 만들기 체험, 자연을 벗 삼아 캠핑하기, 갯벌체험 등등 마을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체험마을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체험마을의 '사무장'역할이다.
전국 각지에 정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체험마을이 있지만, 대부분의 체험마을엔 젊은 층이 많지 않기 때문에(거의 없기 때문에)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라든지, 홍보 마케팅 분야라든지 다방면에서 고충이 나오고 있었다.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체험학습마을의 사무장 역할은 꽤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시골에 위치한 체험마을 입장에서 젊은 청년들을 고용하여, 적당한 수당을 챙겨준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되었고, 청년들 역시 돈이 되지 않는 시골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였고, 청년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컴퓨터 활용이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기대하고 있었다. 청년 일자리 확보 그리고 농촌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사실 나는,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시도가 청년들에게 색다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좋은 방향성인 것같았다.
경상남도 각 지역에서 사무장이 되기 위해 선발된 20~30대 청년들. 그들을 위한 2박 3일간의 빡센(?)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번 교육은 각 분야별 전문 강사님들이 오셔서 강의를 하는 시간이었다. 마케팅, 농업, 지원사업 , 체험학습 프로그램 만들기 교육 등 2박 3일 동안 알찬 교육으로 꽉 차 있었다. 모든 강사님들의 강의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각각의 강의가 마치 한 권의 책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배낭여행을 하다 이렇게 좋은 강의를 듣게 될 줄이야...'
놀라운 사실은 지자체의 지원으로 2박 3일간의 숙식, 교육, 체험 등 이 모든 것이 무료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총 3회에 걸친 교육이 끝나고 정식으로 청년 사무장이 되면, 지자체와 1년간 계약을 통해 200만원의 월급(지자체에서 180만원 지원 + 체험마을에서 20만원 지원)을 보장해 준다고 하니 체험마을에서 근무해보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해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경쟁이 있었던 곳도 있지만 지원 수가 미달이어서 단독 지원으로 이곳에 오게 된 청년도 있다고 했다.
"청년 사무장 지원하실 때 경쟁이 심했나요?"
"제가 있는 지역은 신청자가 아무도 없어서 저 혼자만 지원했어요"
아는 만큼 기회가 보인다고 했을까? 이 외에도 귀농, 귀촌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각종 지원 및 혜택을 준다. 물론 언제까지나 '지원'에 기대서 살 수는 없지만, 시골로 들어가고 싶은 청년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모든 걸 올인해 시골로 들어가기 전 1차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을 이용한다면 조금 더 효율적인 귀농, 귀촌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요즘. 국가에서는 이러한 지원 말고도 정말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훌륭한 지원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시골을 돌아다니기 전에는 지원사업에 대해 무지했었고, 실제로 국비 지원 받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 보았다. 또한 몇몇 지원사업은 보여주기 식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들도 많았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지원 사업은 하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정부의 돈과 기업의 돈은 그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하지만, 정부는 가치를 위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는 돈이 되지 않더라도 농업 살리기, 농가 지원,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위해 돈(세금)을 사용하는데, 그 돈이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일까? 어떤 지원 사업들을 보면 단순히 보고서에 올리기 위해 혹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돈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금이 이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모든 돈은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이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관심이 모이면, 더 발전되고 효율적인 지원사업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아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는 말들이 많다. 지자체는 효율적인 지원과 관리를 통해 제대로 된 지원 사업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해야 하고, 지원자들은 내가 원하는 혜택을 마냥 기다리며 누군가가 나에게 떠먹여 주길 바라기보단, 자기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어떤 게 있는지 직접 찾아 나서서 얻어내야할 것 같다.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전국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시골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집 밥을 얻어먹으며 151일간 전국을 돌아다닌 여행. 직접 체험했던 농사일, 각 지역 농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 등. 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08.24-09.01
경남 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