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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 Hwang Dec 05. 2023

문법규칙과 물리법칙, 의미와 의식, 그리고 맥락과 철학

이곳은 '매거진 공간'이기에 영어 훈련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야기 주제를 좀 더 자유롭게 넓혀가 볼 생각이다. 오늘은 영어 훈련이라는 것을 영어권의 철학적 사고방식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현대 모든 문명의 바탕에는 철학 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으로 따지면 문명이 '육체'라면 철학은 '정신'이다. 인간이 연구하고 있는 어떤 분야와 어떤 영역의 일이라도 구조적으로 보면 이렇게 '육체와 정신'과 같은 양립 구조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연구에 대한 결과물을 설명할 때도 이런 구조로 설명하게 된다. 


뇌 과학을 생각해 보자. 뇌를 바라볼 때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뉴런, 시냅스, 전기 자극, 화학 작용 같은 물리적인 현상을 설명하려는 관점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부분을 설명하려는 관점도 있다. 영어라는 언어를 바라보는 관점도 두 가지가 있다. 눈에 보이는 규칙 관점에서 볼 수도 있고, 언어가 전달하는 의미 관점(생각, 감정)에서 볼 수도 있다. 뇌 과학과 언어학은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연구 방향과 설명 방향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가 영어권의 동일한 철학적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권의 철학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말한 대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한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객체'라고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즉,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이 모두 '객체'라고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객체'라는 것은 계속 쪼갤 수도 있고, 반대로 합쳐서 크게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원자(atom)'가 가장 작은 객체 중의 하나라면 '우주'는 가장 큰 객체 중의 하나이다. 즉, '우주'라는 가장 큰 객체는 '원자'라는 가장 작은 객체로 이뤄져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런 철학적 사고방식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 고대에서는 단지 가장 작은 단위를 '물, 불, 흙, 공기'로 보고 있다는 차이만 있다. 즉, '객체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객체 중심의 사고방식에는 예상할 수 있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아무리 잘게 쪼개졌더라도 '객체'만으로는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객체'와 '객체' 사이에는 반드시 '공간'이 있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맥락'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 이 또한 이런 '객체 사이의 공간'에 해당한다. 인간은 상상력과 직감을 사용해서 '맥락 공간' 속을 이해하기 위해서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조금씩 알아 가게 된다. 인간 과학의 역사라는 것은 '맥락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 그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방향으로 흘러왔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영어에는 '경계를 넓혀간다(expand a boundary)'는 표현이 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면서 인간의 이해 범위를 계속 넓혀 간다는 의미이다. '맥락 공간'은 그 '미지의 세계'에 속하는 공간이다. 정확히 말하면, '맥락 공간'이라는 것은 완전히 모르는 공간은 아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경계'에서 가까운 영역을 말한다. 비유를 하자면, 블랙홀(blackhole)에서 말하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 맥락 영역을 탐구할 때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객체 지향 사고'라고 하는 철학적 사고 방식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0과 1으로 이뤄진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날로그라는 전체를 쪼개다 보니 결국 0,1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는 소위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널리 퍼지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인간이 사고하고 철학하는 방식을 그대로 프로그래밍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나오게 된 결과이다. 또한 '양자 역학'이 나오면서 '육체와 정신'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나오게 되고 그리고 '인공 지능'이 나오게 되기 까지의 모든 것들은 우연은 아니다. 그 이면의 바탕에는 '객체 지향 사고'라는 철학적 사고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런 모든 눈에 보이는 현상들은 '맥락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과학의 경계를 넓혀 나가려는 방향'으로 노력해 나가는 과정상의 결과물들에 해당한다. 현재의 문법 규칙과 뇌 과학 분야의 이론들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구조적으로 보면 '과학의 눈에 보이는 것'을 정리해 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같은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은 '의미'와 '의식'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을 향해서 연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견된 결과물에 해당한다.  


영어 표현에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문법 규칙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맥락 공간상의 의미들이 있다. 영어권의 철학적 사고 방식이라는 것은 '이런 맥락 공간을 이해하는 원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훈련자들은 이것을 도구 삼아서 영어의 숨겨진 느낌과 뉘앙스 등을 탐색해 나갈 수 있다. 

 

영어 훈련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단순히 기계적인 규칙 차원에서 하는 훈련 수준에서 벗어나서 다소 진지하게 탐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어민들과 훈련자 자신의 사고방식을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훈련자들은 이때 영어권의 철학적 사고 방식을 살펴 보기 위해서, EOEP의 '표현 훈련 가이드'에서 말하고 있는 '객체 지향 영어'를 참고할 수 있다. 이것은 영어라는 것을 문법이 아니라 그들의 철학적 사고방식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이것을 몰라도 영어 훈련을 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몰랐을 때 보다는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훈련을 구현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또한 영어식 느낌을 이해하고 익숙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그 대응 방향에 대한 적절한 영감을 떠올리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눈에 보이는 만큼의 능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높은 수준에서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훈련을 하다가 힘들고 지치게 되면 가끔씩 철학 차원의 큰 시각에서 '영어 표현과 의미'를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점에서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눈에 보이는 규칙'의 한계에 대한 이해가 명확해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훈련이 가야 하는 방향성도 명확하게 느껴지게 된다. 또한 이렇게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철학적 상상들을 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리되거나 바뀌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사고방식과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영어 훈련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영어 훈련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인생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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