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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Jan 22. 2019

담과 사람들 12

붕어빵

수용자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무얼까요?

학교에도 매점이 있고, 군대에 피엑스가 있듯이 교도소에도 매점이 있습니다. 다른 매점과는 달리 상설된 매장은 아니고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수용자들은 자신의 영치금 한도 내에서 구매목록에 있는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일명 구매장이라고 하는 종이에 품목표를 마킹해서 신청하면 그 물건을 수용동에 배달해주는 방법입니다. 간단한 의약품과 의류, 간식, 밑반찬, 음료수, 과일 등이 있는데 밖에서 다양한 물건 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취향에 따라 구입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불편함이 따른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커피와 차 까지 판매해서 커피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답니다. 카페에서 마시던 원두커피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커피를 마실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그저 감사한 일이지요.    


종교활동, 교육, 행사 등을 통해 외부에서 음식물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꼭 지켜줘야 할 사항은 ‘교도소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을 가져오는 겁니다. 커피도 안에서 파는 커피믹스를 가져오면 시큰둥 하게 되는 거지요. 아무리 값싼 것이라 하더라도 일단 안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은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수용자들에게 지급되는 식사는 보통 밥, 국 그리고 3찬입니다. 예전처럼 거친 보리밥이 아니라 쌀밥이구요. 오히려 교도관들의 직원식당 식사보다 수용자 식사가 더 맛있을 때도 있답니다. 이렇게 늘 따뜻한 끼니를 제공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해먹던 맛있는 음식과는 다르겠지요. 그래서 이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주로 지글지글 삼겹살, 따끈한 계란 후라이, 눈오는 날 호호 불며 먹던 붕어빵... 

   

아마 제 기억으로는 어깨에 무궁화 대신 이파리를 달고 있었을 때였으니 이십년이 훌쩍 지난 때라고만 생각합니다. 무슨 망녕이 들었던지 저는 우리 여자수용자들에게 붕어빵을 먹이고 싶었습니다. 수용자가 한두명도 아니고, 교도소 바로 앞에 붕어빵 노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공개적으로 붕어빵을 사서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깝깝했습니다. 마음은 해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안되는 것들 뿐이라서. 그래서 저는 비밀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제가 외출 나가서 붕어빵을 사서 몰래 수용자들에게 나눠주는 거지요. 교도소에서 차로 10분쯤 거리에 붕어빵 아저씨께 부탁해서 봉다리봉다리 담아서 몰래 들여오는데 붕어빵이 몽땅 들러붙어서 붕어빵인지, 붕어죽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도 수용자들은 담당교도관의 정성을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갈 무렵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입니다. 오늘은 20여년전 그날과 달리 제대로된 따뜻한 붕어빵을 우리 여자수용자들에게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년원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뜻있는 분들이 시작한 사업으로 ‘대붕붕어빵’ 쉐프님들이 직접 출장을 나와 붕어빵을 구워주기 때문이죠. 대붕쉐프님들은 한때 방황으로 소년원에서 생활을 마치고 퇴소하여 생활관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적응과 독립을 위해 붕어빵 사업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대붕쉐프님들은 정성껏 붕어들을 구워냈습니다. 그 덕분에 백명이 넘는 우리 여자수용자들에게 슈크림과 팥앙금을 붕어 뱃속에 가득 넣고, 붕어의 비늘들까지 살아 숨쉬는 따뜻한 붕어빵을 바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전엔 고참들 몰래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가서 서로의 붕어빵 온기에 들러붙어 죽이 되었던 때와 달리, 당당히 보고하고 격려받으며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담장 밖에서 구워서 담장 안으로 배달했습니다. 붕어 한 마리 한 마리에 제 마음을 담았습니다. 현장에서 애쓰는 우리 직원들과 제한된 공간에서 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여자 수용자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한순간만이라도 뜨거웠던 연탄재처럼 일시적인 감동일지라도, 잠깐 느껴본 행복일지라도 뜻밖의 선물로 식어버린 마음을 데워주고 싶었습니다.    

오늘 아침 우리 교도소는 영하 12도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종료하는 폐방점검을 하는데 거실마다 ‘붕어빵 잘 먹었습니다. 계장님 고맙습니다’

아마 그 시간의 우리 교도소 온도는 영상이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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