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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쌤 Feb 01. 2019

담과 사람들 18

출소할 때 왜 두부를 먹어요?

    

아들이 태어나고 일주일도 안돼서 아빠가 구속이 되었습니다. 태어나서도 인큐베이터에 있었기에 아버지와 아들은 구치소 가족 만남의 날 행사에 와서야 서로를 만지고 품에 안아볼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한 가족만남의 날 정성스레 준비해 간 음식 대신 내내 아들을 품에 안고 있었던 훈이는 수용자 취사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구원으로 활동했던 훈이에게 취사장은 낯설고 버거웠지만 그래도 먼 곳으로 이송을 가지 않고, 성실히 작업을 하고 나면 가석방이라는 기회가 있었기에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가족만남의 날 행사를 시작으로 알게 된 훈이 아내는 훈이가 가석방 심사에 떨어졌다며 울면서 내게 전화했습니다. 많은 수용자 가족들에게 교도관은 어려운 사람일텐데 마치 제가 동네 언니 같아 하소연 하고 싶었다고 죄송하다는 그녀를 나무랄 수는 없었습니다. 가족만남의 날 아들의 눈망울과 행사 내내 아들만 품에 안고 있던 훈이 모습이 생각나 아내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다음 달을 기다려보자며 위로를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퇴근 무렵 또 전화가 왔습니다. 해도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정말 동네 언니도 아니고 바쁜 공무원에게 자기 하소연을 위해 또 전화를 했나 싶어 화가 벌컥 났는데 전화 내용은 하소연이 아니라 절망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갑자기 아들의 심장이 멈췄다는 겁니다. 하필 이 소식을 왜 내게 알리는지 막막하고 불편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 사실을 작업장 담당 근무자에게 알리고 훈이에게는 조심스럽게 잘 전달해달라 했지만 불편한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가석방 심사에서 떨어지고, 아이는 심장이 멈췄다하고, 중간에 작업을 취소하면 다음 가석방 신청이 어려울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취사장 담당자와 상의하여 제가 진행하고 있는 집중인성교육에 참여시키기로 하였습니다.  한달간 진행되는 집중인성교육 기간에도 가족이라는 단어, 자녀, 아들이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을 흘리고, 아이 사진만 봐도 표정이 어두워지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훈이 아들에게 심장을 이식해 준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심장을 이식해주고 간 아이의 부모 마음은 또 어떨까만은 산사람은 살아야겠기에 이식을 받고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우리는 훈이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소장님께서 훈이 가족의 딱한 사정을 아시고 동행귀휴를 아들을 만나러 갈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회복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돌아온 훈이는 점점 교육에 집중하고 안정을 찾아 갔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 다행히 교정의 날 기념 가석방이 결정 되었습니다. 그날이 훈이 아들 첫 생일이었거든요.    


드디어 훈이와 가족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교정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외정문까지 배웅하는데 훈이의 아내와 엄마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엄마의 품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얗고 따뜻한 두부가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한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왜 교도소에서 출소할 때 두부를 먹을까요? 교도소 출소 후 두부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뿐이고 언제부터인가 출소할 때 두부를 먹는 것은 당연한 통과의례가 된 듯 합니다. 두부는 열량이 낮고 특히 소화력이 좋고 미처 소화되지 않은 잉여 에너지가 몸속에 쌓인 사람에게 두부는 더 없이 좋은 식품이라고 합니다. 오래전 교도소에서 먹을 것에 굶주린 채 출소하자마자 너무 급히 먹다보면 체하거나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들도 있었는데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주기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 두부인 것이지요. 보태어 몸속에 쌓인 잉여 에너지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은 교도소에서 쌓인 심리적인 노폐물을 털어내기에 적합하다는 의미까지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간혹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위해 귀휴로 나간 수형자들이 사회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몇 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출전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도 두부로 먼저 속을 달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정의 날 가석방 출소하면서 희고 따뜻한 두부를 먹었던 훈이는 아들과 잘 지내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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