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2위로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이다. 생활폐기물 중 59%가 재활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비닐, 종이, 음식물 등 우리는 얼마나 세심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가! 세계 어디를 가도 분리 수거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이곳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서도.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한 날, 가장 잘 보이는 테이블 위에 웰컴 간식과 함께 놓여 있는 흰색 파일이 있었다. 쭈욱 넘겨보니 PEI에 대한 설명 두 장과 분리수거에 대한 설명 서너장이 들어 있었다. 흰색 봉투에는 쓰레기를 담고, 파랑 봉투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넣어져 있었다. 훗! 분리수거쯤이야!
여기까지 파악한 후 좀더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한국에서처럼 파랑 봉투에 종이, 플라스틱, 비닐, 유리병, 캔을 분류하여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냉장고 안의 통에 넣어 보관했다. 숙소에는 쓰레기통이 딱 두 곳에 놓여 있었다. 주방에 놓여있는 커다란 쓰레기통에는 흰색 봉투가 씌워져 있었고, 욕실겸 화장실에 놓인 작은 쓰레기통에도 하얀색 봉투가 씌워져 있었다. 올커니, 나는 재활용과 음식물을 제외한 나머지 쓰레기를 주방 큰 쓰레기통에 넣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월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구매했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열대과일이 많았다. 첫째 아이는 서양배를 먹어보고 싶었단다. 서양배, 파파야, 망고, 애플망고, 리치, 람부탄, 구아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자몽까지 갖가지 과일을 사왔다. 그리고 이것들이 초파리 왕국 건설의 주요 토대가 되고 말았다.
망고는 가운데 커다랗고 딱딱한 씨가 있다. 파파야도 반으로 가르면 스티로폼 알갱이처럼 생긴 좁쌀만한 씨가 잔뜩 모여 있다. 구아바는 작은 씨가 가운데 모여 있는데 이부분을 파내면 과육의 절반이 사라진다. 털이 수북한 람부탄과 공복에 먹으면 위험하다는 리치 속도 딱딱한 씨앗이 들어 있다. 서양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과일 속에는 크고 작은 씨앗이 들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씨앗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다.
캐나다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짐작할 것이다. 캐나다는 지역마다 쓰레기 배출 규정이 다르다. 나는 지금 캐나다 PEI 샬럿타운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알린다. 이곳의 음식물 쓰레기는 Compost 이다. 바로 퇴비라는 의미이다. 한국의 음식물쓰레기와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바로 이 점이 한국과 캐나다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법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한국에서는 음식물쓰레기에 딱딱한 씨앗, 껍질, 뼈 등이 포함되면 안된다.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를 가공하여 동물의 사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퇴비를 만든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하여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쓰레기'는 compost로 구분한다. 냉장고 안 compost통에는 음식물쓰레기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닦았던 휴지도 넣어야 한다. 음식물이 묻은 모든 쓰레기를 냉장고 안에 보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비닐같은 경우는 깨끗이 씻어서 파랑 봉투 속에 넣어야한다.
여기서, 캐나다 PEI 샬럿타운의 쓰레기 분리수거 규정을 잠시 소개하겠다. 숙소에 비치된 안내문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숙소에 온 첫 날, 꼼꼼히 읽어봤어야 했다! 쓰레기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재활용(RECYCLABLES)과 퇴비(COMPOST), 그리고 쓰레기(WASTE)이다. 길거리나 음식점의 공용 쓰레기통도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플라스탁과 금속은 재활용(recyclables)으로 분류된다. 재활용 표기번호 1번과 2번에 해당하는 품목들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비닐봉투라고 부르는 그것은 캐나다에서는 플라스틱 봉투이다. 플라스틱이지만 재활용번호 6번과 7번에 해당하는 품목들은 쓰레기(waste)로 구분된다.
재활용 표기번호 <6>번과 <7>번은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는 재활용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샬럿타운에서는 쓰레기(waste)로 구분해야 한다. 과자봉지나, 테이크아웃 포장지 등에 표기된 재활용 숫자를 확인하도록 한다.
드디어 퇴비(compost)를 소개할 순서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의 음식물쓰레기와는 전혀 다른 구분방법이다. 퇴비가 될 수 있는 것, 땅속에 들어가서 썩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과일 씨앗, 달걀껍질, 뼈, 원두커피 찌꺼기와 거름종이, 양념이 묻은 포장지, 종이로 된 테이크아웃 커피컵 등이 모두 compost 에 해당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사용한 화장지도 compsot로 구분하여 버린다.
위에서 숙소에 쓰레기통이 두 개가 놓여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나는 주방에, 하나는 화장실에. 모두 하얀 봉투가 씌워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서로 재질이 다른 하양색 봉투였다. 두 가지 하양 봉투가 어떻게 다른 걸까?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서 분리수거를 하는데 정말 중요한 차이점이다!
이곳에서 분리수거는 재활용, 퇴비, 쓰레기로 구분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봉투도 총 3가지이다. 파랑색 봉투는 재활용을 담는다. 하얀 비닐봉투는 쓰레기를 담는다. 똑같이 하얗지만 재질이 좀 독특한, COMPOSTABLE한 하양 봉투는 퇴비를 담는다. 숙소 주방에 놓인 쓰레기통에는 하얀 비닐봉투가 씌워져 있고, 화장실 쓰레기통에는 COMPOSTABLE 퇴비 가능한, 즉 땅속에서 분해가 되는 특수한 재질의 봉투가 씌워져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화장실 휴지가 한데 섞일 수 있다는 건 한국의 분리수거에 익숙한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냉장고 속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사실은 '퇴비통'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식사 후에 음식 찌꺼기와 함께 흘린 음식을 닦은 종이도 함께 버리도록 했다. 한국 분리수거 방식에 익숙한 아이들도 다소 놀라워했으나 곧 적응했다.
만약 샬럿타운을 방문한다면, 분리수거 방식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숙소뿐만 아니라 길거리나 공공장소의 분리수거함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분리해야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이곳의 유명한 cows 아이스크림을 사먹거나, 플로팅 푸드 코트에서 칩이나 피자를 먹는다면 쓰레기 분리수건는 본인의 몫이다. 쓰레기(waste), 퇴비(compost), 재활용(recycle) 칸이 있을 때, 아이스크림 콘을 감싼 종이, 칩과 피자를 놓았던 종이 플레이트, 음식물을 닦은 냅킨, 커피컵 등은 퇴비 칸에 넣어야한다. 한국 습관으로 쓰레기에 넣으면 안되니 주의하자.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 품목이 퇴비 칸에 속한다.
(좌)길거리 분리수거함 (우)도서관 내 분리수거함
숙소 근처에는 샬롯타운 도서관이 있다. 가깝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종종 가는 곳이다. 그곳의 쓰레기 분리수거함에는 퇴비(compost)라는 글자가 없다. 대신 오가닉(organics)라고 표기되어 있다. 오가닉 글자와 함께 사과 뼈다귀 모양이 그려져 있어서 잠시 헷갈린다. 음식물만 넣는 통인가? 아니다. 퇴비든 오가닉이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쓰레기 종류'를 넣는 곳이다.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서는 분리수거함의 색으로도 쓰레기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파랑색 통은 재활용, 검은색통은 쓰레기, 녹색 통은 퇴비를 의미한다. 이곳에는 노천 음식점이 많다. 무척 이국적인 풍경이다. 노천 음식점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에 검은색 통과 녹색 통이 놓여 있기도 하는데, 음식물이 묻은 접시는 녹색 통에 넣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긴 글로 퇴비(compost)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분리수거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OECD 국가 중 분리수거 강국인 한국인으로서 올바르게 쓰레기 처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매우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초바리 출몰때문이다. 며칠째 숙소에서 초파리 왕국을 초토화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제는 소탕 방법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려한다. 어리석음, 안타까움, 약간의 분노, 다급함, 기다림, 몰입, 채념과 도전까지! 이 모든 감정이 담긴 글이 곧 게시될 것이다! 커밍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