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단 Jul 29. 2022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샬럿타운의 예술 작품

오늘 아침도 하늘의 구름이 아름답다. 우리가 지내고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는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베란다라고 하기에는 넓고, 마당이나 옥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외부 공간이 있다. 소파와 쿠션이 놓여 있고 꽤 넓은 장소이다. 이곳을 베란다 마당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매일 아침마다 베란다 마당으로 나가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운 루틴이다. 



캐나다 PEI 샬럿타운 공항에 도착한 날, 바깥으로 나와서 처음 본 하늘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와우~ 맑고 파란 하늘, 그 속에 솜덩이 몇 개가 떠 있었다. 흔히 구름을 솜사탕에 비유한다. 솜사탕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쭈욱 당기면 연결부분이 옅어진다. 솜사탕 결이 세밀하게 보이는 바로 그 지점. 구름이 옅어진 부분에도 그 지점이 있었다. 가장자리 한 올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구름. 자연이 그려놓은 예술 작품은 바로 이런 거구나!





캐나다 PEI 샬럿타운의 7월 날씨는 연일 화창하다. 비가 살짝 내린 낮에는 흐렸지만, 태양이 내리쬐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여느 화창한 날과 비슷했다. 한국에서도 아름다운 구름을 보는 날이 있지만, 이곳 샬럿타운에서는 매일같이 아름다운 구름 모양을 감상할 수 있다. 



나이테처럼 층층이 갈라지는 구름이 있던 날은 아이들과 함께 신기해하며 유심히 지켜보았다. 하나의 하얀 덩어리였던 구름이 층층이 갈라지면서 좁은 틈새를 만들었다. 왼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걸 보면서 저 위쪽의 공기 흐름과 지금 아이들과 내가 함께 있는 지상의 공기 흐름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샬럿타운에서 태어났다면 기후학자가 되었을 것 같은 뜬금없는 생각도 들었다. 



가장자리의 구름 조각들은 앞선 조각을 따라가기가 힘이 드는 모양이다. 왼쪽으로 이동할 수록 틈새가 점점 더 많이 벌어졌다. 지붕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왼쪽으로 이동했을 때는, 한 덩이에서 갈라진 구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서로 간격이 멀어져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층층거리며 줄을 맞춰 이동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구름들이 왼쪽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다. 결들이 잘 보이는 작은 구름들, 형체만 겨우 남아 있는 구름도 있었다. 그렇게 떼를 지어 이동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구름은 금새 지붕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저 위쪽의 공기 흐름은 여전히 빨라서, 한 자리에서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구름이 지나가면서 온통 하애졌다가 다시 파랑 하늘이 드러나면 한 차례 작품 공연이 끝이 난다. 물론 파랑 하늘 그 자체도 정말 아름답지만, 나는 몽실몽실 구름이 보여주는 풍경이 더욱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숙소뿐만 아니라, 샬럿타운 시내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구름도 아름답다. 여전히 낯선 외국인들으 모습, 한국과는 다른 건물 양식, 그리고 노천 음식점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 이러한 모습들과 어우러져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낸다. 특히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고 실감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노천 카페 등을 지나갈때면 왠지 외국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길거리 테이블이 주는 자유분방한 느낌이 한국과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샬럿타운 노천 테이블의 맞은편은 작은 공연장이다. 낮부터 저녁까지 흥겨운 노래가 들려온다. 두 아이와 함께 걷다가 우연히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이 감싸고 있는 예술 작품 속에 나와 아이들이 들어와 있는 듯하다. 





캐나다 PEI 샬럿타운 해안에는 관광객들의 필수 포토존이 있다. 그 해의 연도를 알려주는 숫자가 커다랗게 세워져 있는데, 당연히 매년 바뀐다. 올해는 2022년이므로 숫자 2022가 세워져 있다. 새빨간 숫자들이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다. 아이들과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그때마다 하늘의 구름 모양이 바뀌어서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구름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오늘도 베란다 마당에 나가 쇼파에 앉아 하늘 풍경을 바라본다. 내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모습이 모두 내 것인것 마냥 마음이 풍족해진다. 나의 시야에 들어왔으니 내 것이 맞는 듯한데, 흘러가는 구름을 잡아둘 수 없으니 내 것이 아닌것도 같다.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서 바라보는 하늘 풍경은 그대로 예술작품이다. 매일 아무때나 고개를 들면 볼 수 있는 맑은 풍경, 베란다 마당에 매트를 깔고 요가나 명상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 이만한 라이브 음향효과가 또 어디있을까. 



눈과 귀가 이곳 정취에 매료되어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꿈들거린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샘솟는 미묘한 꿈틀거림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솟아오르는 감성에 집중해 본다. 내꺼 인듯 내꺼 아닌 이곳 샬럿타운 자연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위안과 감동을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 현실적인 이유냐무냐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