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PEI 샬럿타운의 다운타운 중심은 퀸 스트리트와 켄트 스트리트가 교차한다. 두 거리에 있는 커피숍 여러 곳을 소개해보려 한다. 나의 이전 글 '첫 비오는 날, 샬럿타운에서 첫 커피를'에서 밝혔듯이, 이곳에 도착한 뒤로 며칠 동안은 커피값이 아까워서 숙소에서 커피를 해결했다. 그러다가 달콤한 도넛 향과 주룩주룩 내리는 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밍밍했던 커피, 그 뒤로 맛있는 커피를 꼭 먹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래서 자주 가던 샬럿타운 도서관 내 커피숍을 시작으로 몇 곳 카페의 커피를 마셔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KETTLE BLACK' 케틀 블랙이다.
1. 케틀 블랙 (kettle black)
퀸 스트리트에 위치한 케틀 블랙은 숙소 근처였기에 거의 매일 한 두번씩 그 앞을 지나게 된다. 바로 앞에 빨강 파라솔과 꽃으로 장식된 노천 테이블이 놓여있다. 선명한 노랑으로 칠해진 문은 언제라도 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노천 테이블에는 항상 사람들이 앉아 있었기에 케틀 블랙 커피맛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케플 블랙의 노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 내부가 아기자기하다. 카운터 앞에는 7시에 커피를 마신 고슴도치가 1분 뒤에 정신이 확 드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었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카페인의 성능을 묘사한 멋진 그림이다. 고슴도치 그림 위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편안하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카페이다.
이곳은 아침부터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했고, 카페 안과 밖으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볼까하다가 창문가에 자리를 잡았다. 창문에 부착된 수동 커피 그라인더 인포그래픽이 하늘에 떠 있어서 멋지다.
케틀 블랙에서 주문한 Cortado 꼬르타도가 유리잔에 담겨 나왔다. 샬럿타운에 와서 카페 커피를 마실 기회가 있을 때면 꼬르타도를 주문한다. 카페마다 우유와 커피의 섞임이 다르다. 케틀 블랙은 우유거품이 약간 더 놓여 있는 듯하다. 이곳에서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진한 커피맛, 적당한 우유의 부드러움. 나에게 딱 좋은 커피맛이다.
2. 더쉐드 (The SHED)
커피 저장소라는 의미일까? 샬럿타운 도서관(charlottetown libray learning center) 안쪽에 위치한 카페 '더 쉐드'이다. 한국에서 우리 가족이 자주 다니던 도서관 내 카페는, 장애인 청년들의 일터였다. 커피맛은 무난했고 가겨은 무척 저렴했다. 이곳 더쉐드는 커피가격이 다른 카페들과 비슷하다. 몇 센트 더 비싸기도 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셔보았는데 식은 후에도 맛있는 원두커피였다.
도넛가게에서 마셨던 밍밍한 커피가 떠올랐다. 더쉐드에는 데일리 브루(Daily brew)가 있었는데, 이 메뉴가 도넛가게의 것과 비슷한 맛일 것 같다. 데일리 브루는 바리스타가 내려주지 않고, 카운터 머신에서 직접 담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아메리카노보다 데일리 브루가 더 저렴했다.
샬럿타운 도서관에서는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커피를 들고 도서관 내 어디서든 마실 수 있으며,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더쉐드에서 죽과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어서 어느날은 아이들과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더쉐드의 코르따도는 어떤 맛일까? 달고나같은 맛이 느껴졌다. 다른 커피숍에서보다 이곳 더쉐드에서 사용하는 원두가 맛있게 느껴졌다. 코르따도의 우유맛과 함께 느껴지는 원두맛이 마음에 든다. 다음날에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플랫 화이트는 코르따도보다 우유거품이 많고 라떼아트를 그려서 제공한다. 샷이 진한 카페라떼를 마시는 느낌이다.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에 카페라떼나 카푸치노는 조금 밍밍하다. 그럴때는 플랫 화이트가 딱 좋을 것 같다. 조금더 커피의 쓴 맛을 즐기고 싶다면 코르따도가 답이다!
(좌) 코르따도 (우) 플랫 화이트
3. 빅토리아 로우 거리의 RECEIVER 리시버
빅토리아 로우는 샬럿타운 다운타운의 상징같은 장소이다.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거리에는 건물 일층에 카페, 맥주와 샴페인을 파는 곳, 랍스터와 스테이크를 파는 곳, 핸드메이드를 파는 곳 등 다양한 상점이 위치해 있다. 낮보다 밤에 더욱 붐비는 곳이다. 건물 맞은편에서는 낮과 저녁에 연주 공연이 이어진다. 연주를 들으며 노천 테이블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핫플레이스이다.
빅토리아 로우 첫머리에 리시버 커피 컴퍼니라는 카페가 있다. 캐나다관광청 공식블로그에서 2019년 12월 16일에 포스팅한 글 '빨강머리앤 고향, 캐나다 PEI 겨울여행'에 소개된 카페이기도 하다. "샬럿타운 로컬들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숍", "이 지역 최고의 커피와 함께 신선한 재료의 브런치와 페이스트리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아지트"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아이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장면이 평화로워 보인다. 커피를 주문해서 노천 테이블에서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의 코르따도는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느낌이다. 우유가 가장 적게 배합된 맛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3곳 카페의 코르따도 맛을 비교해 보자. 커피 샷은 모두 진하고, 우유의 양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연한 순서로 보자면, 이곳 리시버 커피 컴퍼니 > 더쉐드 > 케틀블랙으로 느껴졌다. 모두 맛있는 커피였다.
4. 린다의 커피숍&레스토랑
케틀 블랙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린다아줌마가 맞아줄것같은 이곳. all day breakfast 가 되어서 다른 가게들보다 오픈 시간이 빠르다. 이곳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나오는 외국인들을 몇 번 보았다. 그래서 커피만 마실 수 있을까하고 들어갔는데, 가족단위의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브런치라고 하는 그런 식사였는데, 커피 메뉴는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식사와 곁들여 나오는 아메리카노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샬럿타운 다운타운 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할때 이용하면 좋을 곳이다. 가격이 저렴한 어린이용 메뉴도 있었다. 다른 카페에서도 이정도의 브런치같은 식사는 대부분 판매하지만, 블랙퍼스트 메뉴는 이곳이 좀더 다양했다.
5. 켄트 스트리트 커피 거리
켄트 스트리트에는 카페가 쭈욱 이어져있다. 케틀 블랙 커피(KETTLE BLACK COFFEE), 팀홀튼(Tim Hortons), ALAMBE 등 영국식 커피, 캐나다 국민 커피, 베트남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들이다.
홀랑대학에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거의 매일 한번씩 지나가지만 항상 그냥 지나치던 카페들이다. 왠지 끌리지 않아! 하지만 캐나다 국민 카페인 팀홀튼은 꼭 한번은 먹어봐야할 것 같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보았다. 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있었다.
샬럿타운 거리를 걸으면서, 유독 눈에 띄는 테이크아웃 컵이 있었다. 빨간색에 글자가 적혀있고, 캐나다 국기가 그려져 있는 종이컵이었는데, 빨강색이라 잘 보이기도 했고 꽤 여러 사람들이 들고 다녀서 대체 어디 커피인지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런데 드디어 알아냈다! 여기, 팀홀튼의 테이크 아웃 컵이었구나!
쨍쨍찌는 햇볕 사이를 걸어왔던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런데 아이스는 없단다. 오직 핫만 있을뿐. 사이즈는 스몰, 미디엄, 라지로 다양했다. 도넛과 밀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는데, 도넛 하나를 함께 주문했다. 핫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도넛의 조합은 진리이니까.
팀홀튼의 아메리카노는 가성비가 매우 좋다. 스몰과 미디움 사이즈를 1달러대에 구매할 수 있다. 밍밍한 아메리카노도 최소한 2달러대에 구매가능하고,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는 4달러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도넛은 기름기 없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나는 기름에 푹 담갔다 나온것 같은 도넛보다 이렇게 구운듯한 도넛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팀홀튼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 커피 맛이 조금 아리다. 못 마실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거슬린다. 커피가 식어도 밍밍해지지 않는다. 다만 계속 아리다. 쇠맛 비슷한 아린 맛은 커피 원두의 로스팅이 잘 되지 않았을 때 느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1달러대 커피이니 감안하고 마셔야겠고, 억지로 마시려면 마실만한 맛이지만... 미안해, 커피야! 너를 버려야겠어. 한 조각 남은 도넛을 입에 물어 입가심을 했다. 커피컵과 함께 맞은편 화장실로 들어가야지. (로스팅이나 커피 맛은 그날 그날 다를수도 있으니, 다른 날에는 맛있을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