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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Jul 24. 2020

회사에 코로나 검사자가 발생했습니다

# 회사에 코로나 검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침부터 회사 내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집니다. 회사 전 층을 소독하고, 전 직원의 체온을 재측정합니다. 평소에 늘 하던 마스크 착용도 더욱 신경을 씁니다. 타지역으로 출장을 가던 직원들이 되돌아옵니다. 오늘로 예정되었던 각종 회의들이 줄줄이 미뤄졌습니다. 담당 부서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업무 수칙을 반복하여 숙지하고, 비상 태세에 돌입합니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업무 복귀를 했던 직원이 어젯밤부터 열이 났다고 합니다. 밤새 격리되어 오늘에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결과는 내일 오전 중에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코로나로 결혼식을 연기했던 예비 부부들이 많았습니다. 이들도 그런 상황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코로나가 한 풀 꺽인 최근에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제주도에 다녀 온 직후에 열이 났으니, 당사자들의 걱정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됩니다. 


직원 개인 생활에 대한 별도의 공지가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자신이 숙주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했습니다. 점심 시간에 도식락을 주문하여 회사 내에서 먹기로 했고, 목요일 저녁 약속은 취소되었습니다. 내일 금요일 저녁부터 캠핑과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직원들은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모두들 내일 오전에 있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 전염병 지구를 만들어서 미안해


마스크를 신경 써서 쓰고 있자니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회사에서 마스크 착용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코와 입을 계속 막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커피를 마시거나 내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자니 아이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두 아이는 얼마나 답답할까하는 미안함이 올라왔습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데 온종일 학교와 유치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을 두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전염병이 발생하는 환경을 만든 어른으로서, 두 아이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Photo by Fateme Alaie on Unsplash



한편으로는 친정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밭에서 일하시는 친정 엄마께 마스크를 쓰고 일하시려면 힘들겠다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사람들이 없는 외딴 곳의 밭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누구라도 결혼식장을 간다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가야한다고 말하면, 나머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지 말라고 말린다는 겁니다. 다들 손주가 있는 분들이라 혹여나 손주들에게 나쁜 병이 옮을까봐 조심하시는 서로 조심하시는 겁니다. 






#모닝 루틴을 중단하라


회사에서 코로나 검사자가 발생한 오늘이, 코로나 발생 이후로 그 존재를 가장 가깝게 느낀 날입니다. 코로나 발생자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기도 하고, 아는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린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코로나에 대해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코로나 검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당장 퇴근 후가 염려되었습니다. 평소에 두 아이와 끌어안고 뽀뽀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아이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겠습니다. 아침마다 잠에서 깬 아이들 옆에 누워서 함께 끌어안고 뒹굴뒹굴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은 저의 소중한 모닝 루틴입니다. 내일 아침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거나 의심되어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의 위급함을 생각하면, 저의 아쉬움은 너무나도 가벼운 투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앞에서 힘든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2차 유행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내년까지도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을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인간의 역사에는 몇 차례 큰 변화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내수공업에서 기계식 공장제 공업으로의 변화는, 인류의 생활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러다이트 운동을 통해 기계를 파괴하고 가내수공업의 역사로 다시 돌아가려 애를 썼습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재빨리 공장이라는 생산수단을 소유하며 새로운 물결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어떤한 경제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엘빈 토플러의 시각에서 보자면, 인류 최초의 혁명은 농경기술의 발견, 즉 제1의 물결이 있었습니다. 이후 기술혁명을 통한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을 지나게 되는데요, 이미 거세진 제2의 물결은 다시는 제1의 물결로 되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물결은 점점 거세져 제3의 물결에 이르렀는데요, 이것이 엘핀 토픍러가 말한 제2의 물결, 즉 과학기술에 의한 대변혁입니다. 


과학기술에 의한 대변혁이 바로 제2차, 3차, 4차 산업혁명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제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변화이며, 제2차 산업혁명은 정보화로 인한 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1차 산업혁명만큼이나 인간생활을 전방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세상이 열리고, 오프라인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 세상으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 역사의 골든 타임을 잡아라


가내수공업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듯이, 디지털 세상이라는 대변혁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SNS 문화나, 디지털 기술 등에 능숙하지 않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디지털 세상을 이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디지털 세상으로 한발 내딛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해야했으며, 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개인 능력을 판매하고 돈을 버는 경험을 했습니다. 수많은 오프라인 가게들이 코로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모이는 행동은 경계가 되었고, 각자 따로 떨어져서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세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느껴졌습니다. 


코로나는 4차 산업혁명에의 진입을 주저하던 저와 같은 사람들을 디지털 세상으로 밀어넣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재빠르게 디지털화되었습니다.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었고,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직접 만나기보다는 온라인에 접속을 했습니다. 


1차 산업혁명 시대에 재빨리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경제적 우위를 차지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전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각국의 경제 성장 시기와 맞물려 기회를 잡고 성장했음을 떠올려봅니다. 역사의 골든 타임을 캐치하고 진입하여 경제적 풍요를 이뤘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역사적으로 대변혁의 시기는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그의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걸쳐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빈다. 그리고 저는 오늘 회사 내 코로나 검사자의 발생과 그로 인해 분주해진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그 변화가 바로 내 옆에 다가와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와 내 가족의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날입니다. 당신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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