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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Jul 25. 2020

찡그리고 있는 사람? ... 도리도리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하하하 웃으면서 일하고, 다른 사람은 찡그리며 일을 합니다. 언뜻 생각해도 둘 중 어떤 사람 주위에 머물고 싶은지에 대한 답은 분명합니다. 


기뻐하라, 사람들이 모두 너를 찾을 것이다.

슬퍼하라, 그들은 곧 너를 떠나리라.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은 원하지만

너의 고통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엘라 윌콕스의 <고독>의 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밝고 웃음 가득한 사람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항상 무엇인가 고민거리가 있고 어둠고 침침한 사람은 홀로 고독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합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며, 기쁘면 웃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분이 안좋은 듯이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짜증만 냅니다. 인간의 감정은 원인과 결과가 일대 일로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시간순서대로 반응을 하지도 않습니다. 뒤죽박죽 섞인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내지 못하면 내가 왜 짜증이 나는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서도 내면 깊숙히 자리잡은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경험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습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를 맡으며 외부를 탐색합니다. 그런데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만 탐색해서는 안됩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보듬고 성장시켜야 합니다. 나이는 어른인데, 어린아이의 내면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학벌과 능력이 제아무리 높아도 내면이 미성숙한 사람들은 주변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 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얼굴은 인생의 거울이 되어, 그 사람이 살아온 모습을 보여줍니다. 밝고 환한 얼굴 표정을 가진 사람은 그러한 인생을 살아왔을 겁니다. 반대로 찡그리고 무서운 표정을 가진 사람도 그러한 인생을 살아왔을 겁니다.


나이가 40대가 되고 보니, 얼굴의 주름살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주름살의 위치와 방향은 그 사람의 표정을 만들고, 나아가 성격을 보여줍니다. 미간 사이에 세로로 패인 주름은 그 사람이 종종 찡그렸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아마도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물론 다른 이유들도 있을 겁니다. 눈이 잘 안보여서 종종 찡그렸다던가, 골똘히 집중할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는 버릇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주름은 눈가 옆의 가로 주름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마도 잘 웃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웃을 때마다 눈가에 가로 주름이 생겼을 테니까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은 이렇게 나의 역사가 오롯이 얼굴에 새겨지기 때문일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반드시 웃는 얼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예로 들면, 웃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무섭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웃는 상인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입꼬리를 올려주는 성형수술 전후 사진을 보면 솔깃할 때가 있습니다. 입꼬리 하나로 해결될 것 같진 않아서 이내 마음이 수그러들지만요. 


모두가 천편일률로 웃는 얼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섭고 강직한 인상,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예민해 보이는 인상,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인상 등.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얼굴 모습이 진짜일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타인에게 쏟아내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내 안에서 피어오르는 어떠한 감정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하지는 말아야지 생각합니다. 내가 너무 행복해서 짓는 웃음도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물며 찡그리거나 화난 표정은 절대로 타인에게 그대로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기쁘고, 내가 슬프고, 내가 화나고, 내가 짜으나기 때문에, 그 감정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표출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쏟아냅니다. 하지만 초등학생만되어도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성숙한 감정과 태도를 갖추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독여서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겁니다. 




Photo by Mikail Duran on Unsplash




거기, 찡그린 당신! 당신 말입니다!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만)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글쓰기를 권합니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의 저자 강원국님은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글이 아니라 말로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나의 감정 토로에 동의하고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찾기 바랍니다. 


나의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찡그린 얼굴을 주변 사람들에게 그대로 쏟아내는 행동은, 나의 내면이 아직 미성숙한 어린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혹은 나는 그래도 되는 위치에 있다는 무례함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 찡그린 당신! 그러지 마요. 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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