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단 Jul 25. 2020

이렇게 집안일만 하다가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주말처럼 오늘도  아침 설거지를 시작으로 집안일에 돌입합니다. 한 시간 남짓 설거지와 주방 정리를 마치고 나면, 쓰레기 버리기와 빨래 돌리기를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말 하루동안 처리해야할 쓰레기들이 산더미로 쌓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씽크대에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재활용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은 넣는 함 위로 넘쳐서 커다란 비닐봉투에 따로 넣어둔 것이 두어 봉지나 됩니다. 분리가 완료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어렵지 않습니다. 꼭대기층 아파트에 사는지라 일층까지 내려가서 바로 앞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좀 힘이 듭니다. 아파트 정문까지 한참을 걸어나가야 쓰레기 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함은 왜 그런지 정문 옆 한곳에만 놓여져 있습니다. 매번 끙끙대며 쓰레기봉투를 들고 걸어가다가 중간에 한번씩 쉬곤 합니다. 


오늘도 무선이어폰을 귀에 넣고 유투브 방송을 들으며 만만의 준비를 하고 정문 옆 쓰레기장으로 걸어갑니다. 양 팔 가득한 쓰레기 봉투가 너무 무거워서 중간에 한번 쉬었습니다. 깜끔하게 단장하고 어디론가 서둘러 가고 있는 여자를 보았습니다. 파리가 날리는 쓰레기장을 열고 봉투를 넣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두 손은 가벼웠지만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나는 집안일만 하다가 

죽는걸까?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집안일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전기밥솥에서는 치직치직 증기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아까 설거지를 끝내고 쌀을 씻어 넣고 취사를 눌러 두었습니다. 반찬은 뭘 먹나 냉장고를 열고 고민을 합니다. 이렇게 점심 식사 준비가 끝나면, 다시 설거지를 하고, 그렇게 주말 하루의 절반이 지나가버릴 겁니다. 



머릿속에는 읽으려고 대출해둔 책들이 떠오릅니다. 에이트, 룬샷, 하버드비즈니스강의, 실험실의 쥐, 빅워크... 아, 빅워크는 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네요. 하버드와 실험실은 서평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받은 책인데, 이미 서평 기한이 넘어간 듯합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블로그에 서평을 써왔던터라 서평 기한을 넘길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작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낮 시간에는 집안일로 개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새벽에 3-4쯤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주중에는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집안일을 하고 새벽시간에 나름 자기계발을 해왔는데요, 서너달 그렇게 살다보니 체력이 축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주동안은 책을 단 몇권밖에 읽지 못했고, 서평은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새벽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내 자신이 살아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온종일 서서 집안일을 해야하는 오늘같은 날과는 정반대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가끔은 그냥 울어버리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손과 발을 움직여야 하는 고된 가사노동이 너무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엉엉 울어버리고 맙니다. 내 인생은 가사노동을 하려고 태어난 걸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집안일만 해야하는지 원망스럽고, 이렇게 일만하다가 죽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도와주다'의 두 가지 의미


엉엉 울고 있자면, 두 아이가 다가와서 토닥토닥 위로를 해줍니다. 남편은 힘들면 하지말라, 도와주겠다 말합니다. 남편은 신혼때부터 항상 힘들면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마음이 진심임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남편의 도와준다는 말의 의미는 저에게 필요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도와주다라는 말은 힘이 들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쉴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남편의 도움은 결과적으로 힘이 들어 지친 저를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첫 아이가 이유식을 잘 안먹어서 고민인 날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여러 음식을 만들어주느라 힘이 들었던 저를 도와주겠다며 남편이 나섰습니다. 남편이 대신해서 음식을 여러 종류 만들었고 그때마다 설거지 거리가 쌓여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혼자 음식을 만들어서 먹일때보다 더 많은 설거지를 해내야했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생각하면 애써준 남편에게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만, 천근만근 몸을 하루라도 쉬고 싶었던 저에게 그날은 힘든 날로 기억됩니다.


 두 아이가 어느정도 크고 나서 큰 평수의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집안 청소가 힘이 들어서 지쳐있던 저를 도와주겠다며 남편이 나섰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하던 수준의 집안 청소가 아니라, 아예 대청소를 하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정리하지 않던 많은 물건들을 정리해서 결과적으로 집안은 반짝 반짝 빛이 날 정도였습니다. 이사 후 오랫만에 청결한 공간으로 변한 집안의 모습이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다시 평소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함께 해야했고 이날 역시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너무 힘이 들어 지친 사람을 도와주는 방법은 그 사람을 쉬게 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남편이 도와준다고 할 때마다 의도치않게 더 높은 강도의 집안일을 해야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하려는 목표, 즉 이유식 만들기와 집안 청소라는 목표를 대신 수행했고 그것들이 최상의 상태에 도달하도록 애썼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남편의 목표는 결과적으로 옆에 있는 저 역시 평소보다 많이 일하게 했습니다. 도와주다에 대한 생각 차이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면서, 저는 더이상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와주겠다고 하면 이번에는 무슨 일을 크게 벌릴 지 덜컥 겁부터 납니다. 




왜 나는 

집안일하다가 

지쳐 쓰려져야 하는 걸까?


너무나 화가 나는 날도 있었습니다. 나는 왜 집안일을 하다가 힘이 들어서 지쳐 쓰러져야 하는 건지. 온종일 가사 노동을 하고 난 다음날은 자고 일어난 직후부터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왔습니다. 그러다가 지인이 가사도우미를 불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4시간동안 주방과 화장실 찌든 때를 윤이 나게 청소해 주셨다는 말을 하며 언니도 이용해보라며 업체명을 알려주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쯤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자기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이용해서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면서까지 내가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제 자신에게는 중요했지만 남편이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가치가 낮은 일이었습니다.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등의 일은 저에게는 힐링이 되고 중요한 일이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가사도우미까지 이용하면서 해야되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안일에 도우미를 이용하는 것은 나의 시간에 대한 가치가 그보다 높아야 가능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시간당 벌어들이는 돈이 매우 많아야 한다는 겁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러한 결론에 다달았을때 저는 빅워크를 해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지금 저의 옆에 놓인 책이 빅워크입니다. 매일 쳐내는 일에서 벗어나 진짜 내 일을 완성하는 법이라는 부제의 책입니다. 


내 인생이 집안일만 하다가 끝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나의 인생의 빅워크를 실행하자!

마침 읽고 있던 책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집안일만 하다가 내 인생을 끝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의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내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자!


내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자고 생각했습니다. 주말 동안에 계속해서 집안일에 매달리지 않고 독서를 하거나 쉬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주중에 회사에 출퇴근을 합니다. 하지만 그정도로는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5일 회사생활로 얻는 수입만으로는 주말 시간동안 집안일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갖도록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의 가치를 주변사람들로부터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시간들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도식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것도 매우 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집안일에서 벗어나려는 저의 의지는,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사실 40대가 되면서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40대는 늦은 나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40대 이전에는 그저 주5일동안 일하고 주2일 쉬고, 다시 일터로 나가는 일상이 정상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외의 다른 어떤 형태로 돈벌이를 한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주5일 출퇴근하는 근로형태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내 눈앞에서 지켜보는 일상을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장인의 생활에서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는 4시간만 일한다' '부의 추월차선' 등 직장인이 아닌 다른 형태의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책에서인가 저자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큰 돈을 벌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있는 여유시간을 갖는 인생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고 충격이었습니다. '파이프라인 우화'라는 책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직장인의 삶이 아닌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큰 돈을 벌자, 파이프라인을 만들자고 결심하게 된 최초의 계기는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갖고 싶어서입니다.  내 시간의 주인이 되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말마다 반복되는 고된 가사노동을 겪으면서 또 다른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집안일 하는 일로 채우며 인생을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경제적 가치를 높여야만 할 필요성이 또 한가지 생겨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나의 시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나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일입니다. 그래야 내 자신이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시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1)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직접 내눈앞에서 지켜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2)나의 시간을 가사 노동이 아니라, 독서와 글쓰기 등 내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에 마음껏 사용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평범한 직장맘이 어떤 방법으로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떤 방법으로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서 어떻게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나로 인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우리가 얻는 경제적 부도 커집니다. 회사에서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그만큼의 월급을 받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 자신이 타인에게 기여하는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큰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크게 성장한 내 자신을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일 겁니다.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집안일만 하다가 죽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동안 내 자신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구별에 와서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내 안에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Photo by Cristian Escobar on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찡그리고 있는 사람? ... 도리도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