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단 Aug 05. 2022

갈매기, 나뭇잎, 새, 집과 베란다 마당아, 잘 있으렴

캐나다 샬럿타운 숙소를 떠나기 2틀전에 작별 인사를 고하다

삐!삐!삑!삐~삐리리리리!

이곳은 바람이 참 잘 분다. 여름의 아침이지만 오늘은 날이 흐려서 더욱 선선하다. 깍깍깍! 이 시간에는 까마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 5시 경이 되면 삐!삐!삑!삐~삐리리리리! 하고 우는 독특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국의 집에서도 해가 뜨기 시작하면 울어대는 새소리가 있었다. 수탉이 아침마다 홰를 치듯이, 새소리로 하루의 시작을 알 수 있다. 이곳 캐나다 PEI 샬럿타운에서도, 한국에서도 아침새들은 매일 부지런하다. 


샬럿타운에서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들을 자주 본다.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도 날아다니고, 까마귀는 어찌나 많은지, 비둘기떼와 함께 거리를 활보한다. 참새처럼 생긴 새들도 있고, 조금 걸어 해안으로 나가면 갈매기도 정말 많다. 갈매기가 이토록 흔한 새일줄이야!


지저귀는 소리 이외에도, 쏴아~쏴아~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나뭇잎들이 바람에 서로 스치는 소리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영락없는 파도 소리이다. 눈을 뜨면 나뭇잎의 흔들림이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보인다. 귀도 눈도 행복해진다. 이곳은 나와 아이들이 약 3주동안 머물었던 캐나다 샬럿타운의 에어비앤비 숙소이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우리는 일요일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캐번디쉬로 출발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마지막 캠프 수업이기도 한 오늘, 마지막 자유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하고 골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밤에 카페와 맛집을 찾아보았다. 가보고 싶은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보려고 체크해 두었지만 기회가 되지 못한 한국식 음식점에 혼자 가볼까도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 없이 혼자 밥집에 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가서 코르따도를 마셔볼까도 싶었지만, 가고 싶은 카페가 없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삐!삐!삑!삐~삐리리리리!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들 들어보니 베란다 마당 울타리에 새 한마리가 앉아 있다. 확인을 시켜주듯, 다시 한번 지저귄다. 삐!삐!삑!삐~삐리리리리! 이곳에 도착한 날부터 독특한 울음 소리에 어떤 새인지 궁금했었다. 아이들과 새소리를 녹음까지 했다. 너였구나, 참새처럼 생긴 작은 새야! 샬럿타운을 떠나기 전에 새의 정체를 알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할지 생각을 많이 했지만, 결국 샬럿타운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터였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아이들을 홀랑대학에 데려다주러 가면서 가방을 메고 가지 않았다. 도서관에 반납할 책이 있어서 가방이 무거웠다. 20분 거리를 가방을 메고 가기 보다는 집에 다시 한번 오는 게 나을 듯 싶었다. 도서관이 바로 옆이니까. 집으로 혼자 돌아와 가방을 메고 나가려다가 나뭇잎이 만들어 내는 파도소리가 너무 좋아서 잠시 베란다 마당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 공간이 그릴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공기, 새소리, 나뭇잎 바람 소리, 푹신한 소파, 낮에 해를 가려던 파라솔까지. 샬럿타운을 떠나면 이제 평생 이곳에 다시 올 일이 없겠지. 괜한 감상에 젖는다. 정신차리라는듯 벌 한마리게 계속 주위를 멤돈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벌에게 손을 휘휘저어 영역표시를 한다. 까만콩에 노란솜털을 매달아 놓은 듯한 벌의 모습도 처음에는 얼마나 신기했던가. 한국의 벌과 전혀 다른 생김새에 아이들과 한참을 지켜보았다. 


오늘 즐겨야 할 곳은 바로 베란다 마당이었나 보다. 약 6개월 전,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이 집을 보았을 때 베란다 마당이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예약을 하고 거의 반년을 기다려서 오게 된 이곳, 킹 스트리트의 숙소. 낯선 공간의 설레임으로 아이들과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내 집'같다. 사람은 적응이 빠른 동물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샬럿타운에 있었던 '내 집'이 궁금해질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시간이 지나도 사진을 보며 이곳을 입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잎사귀 무리가 만들어 내는 파도소리는 바람의 세기에 맞추어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한다. 파도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하는 것처럼 일렁인다. 저쪽 해변가에서 길 잃은 갈매기라도 한 마리 날아오면 바다 속에 있는 세상처럼 느껴질 것 같다. 그러고보니 샬럿타운 다운타운 거리에서 도로 위를 걷던 갈매기 한 마리가 생각난다. 태연하게 총총거리며 도로 위를 걷고 있어서 얼마나 신기하고 놀랐던지. 다행히 차들을 피해 하늘로 무사히 날아간 그 갈매기는 바다로 잘 돌아갔을까. 


머리 위에서 비행기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비행기를 보려고 하늘을 바라본다. 아, 날이 흐리면 비행기가 안보이는구나! 그러고보니 주위를 잔득 채우고 있는 하양색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이 모든 하양이 잔뜩 낀 구름이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완벽한 '흐림'이다. 항상 맑고 파랑 하늘과 아름다운 구름만 보다가 이렇게 흐린 하늘을 보니 신기하고 새롭다. 비행기 소리가 또 다시 들려온다. 역시 보이지는 않고 소리만 가깝다. 열흘 후 즈음이면 우리도 저 비행기를 타고 있을 것이다. 갈매기, 나뭇잎, 독특한 울음 소리의 새, 그리고 이곳 숙소도 그대로 이곳 샬럿타운에 있을 것이다. 잘 있으렴! 약 3주동안 우리를 재워주고 돌봐준 집과 베란다 마당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작가의 이전글 사이렌 소리에 한밤중에 일어나 의식흐름대로 쓰는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