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비창업패키지 비대면 분야 예비창업자 모집에 지원을 했습니다. 서류전형 - 발표평가로 이루어지는 결과를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이 스타트업 생존기의 첫 글이 되길 바래봅니다.
# 스타트업 사업을 준비하면서...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내리기
'불타는 갑판'이야기를 하시나요? 화염이 불타는 대형 선박 갑판 위에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트 17층 높이 아래에는 차갑고 시커먼 바닷물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불타는 갑판에서 쏟아진 불덩이들이 바닷물 위를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선택해야만 합니다. 바다로 뛰어내릴것인가? 아니면 갑판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그대로 머물것인가.
이 이야기는 1988년 7월에 실제로 일어난 석유시추선의 폭발 사고입니다. 실제로 이날 갑판 위에서 168명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50미터 아래 바다속으로 뛰어든 사람들 중에서 생존자가 있었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던 새벽, 베란다 밖에서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윙윙거리던 비바람은 계속해서 베란다 창문을 두드리며 휘몰아쳤습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달려가는 싸이렌 소리도 들렸습니다. 연일 계속되던 폭우 속에서 '나는 꼭 해내고 만다'는 절박함으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습니다.
평소 생각해두던 사업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내년 3월에나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해보려했는데, 때마침 추경 예산으로 추가 모집 공고가 났습니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구체화해갔습니다. 2020년 8월 10일 최종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이후로, 3일이 지났습니다. 서류발표를 기다리면서, 발표자료도 준비하고, 사업 관련 콘텐츠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예비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작성 Tip
(1) '총5장 내외로 작성' -> 글씨체(폰트) 설정 / 이미지, 표, 그래프 등 활용
예비창업패키지 지원 시 첨부하는 사업계획서 양식(본문)은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약본 1장이 더 있으나. 이는 서식안에 내용을 적으면 됩니다. 본 설명에서는 제외할게요.) 그런데 요약본이나 첨부문서를 제외한 본문을 '총 5장 내외로 작성하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결국 한 항목당 한장으로 작성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1. 문제인식 1-1. 창업아이템의 개발동기에 대해서 총7줄로 작성해야하는데요,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단 7줄로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먼저 글씨체(폰트)를 설정해야 하는데요, 자간이 좀더 촘촘한 서체들이 있습니다. 글씨체에 따라서 동일한 공간안에 쓸 수 있는 글자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셔야합니다. 저는 나눔바른고딕체를 사용했어요. 이밖에도 무료폰트로 검색하시면 다운로드 받아서, 내 컴퓨터 - c드라이브 -font 폰트 폴더에 넣으면 됩니다. 내가 한글양식에서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업로드 과정에서 pdf파일로 저장이 됩니다. 그래서 상대방 컴퓨터에 내가 사용한 폰트가 있는지 없는지에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폰트를 선택해서 작성하면 됩니다.
글씨체를 변경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쓸 내용을 '시각화'해야합니다. 그래프, 이미지, 표 등으로 표현합니다. 글로 쓸 때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심사위원이 한 눈에 파악하기 쉬운 장점도 있습니다.
(2) 숫자로 표현 + 객관적 근거 제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시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층에게 사용하게 하고 설문을 작성하겠다
-> - 2020년 9월 30일까지 시제품 15개 완성.
- 주요 고객층인 20대 15명에게 배포하여 1주일간 사용토록 함
- 2020년 10월 15일까지 만족도 및 개선점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함
- 2020년 10월 30일까지 설문조사를 반영한 2차 시제품을 완성함
(실제 공정과 전혀 관계없는 예시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이런 식으로 목표로 하는 숫자를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당히 많은' 과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 대신 '100명' 등의 숫자로 표기해주는 겁니다.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원자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을 겁니다. 지원자는 아직 해당 분야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앞으로는 한 가지 브랜드를 판매하는 것보다 편집숍이 인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고 해봅시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을 설득할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통계자료를 언급하는 방법도 있고, 해당 분야의 누구나 알만한(심사위원들도 알만한) 인플루언서가 말한 인터뷰 내용을 언급해도 됩니다.
(3) 돈을 주면 어떤 결과(성과/수익)을 낼 것인가?
우리가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은 국민의 혈세로 지원됩니다. 그 돈을 받아서,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돈을 받아서 '사업가 놀이'를 할 것인가,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말입니다. 즉, 사업계획서에서 명확한 수익 구조가 보이고, 그것이 충분히 타당해야 합니다.
예비창업패키지 과정은 지원 기간이 6개월로 매우 짧습니다. 사실상 이 기간에는 시제품 제작 및 MVP(최소유효고객)을 달성하면 매우 잘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지원기간에 '수익'을 내야하고 그것을 사업계획서에 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부지원사업에서는 수익구조가 확실한 사업을 선호할 겁니다. (+고용창출) 이 부분은 각자의 준비상황에 따라 목표가 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는데요, 이미 준비된 - 이미 사업 초기가 진행된 - 지원자일수록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예비창업패키지 지원 자격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다들 사업자등록을 하기 마련인데요. 사업 초기가 어느정도 진행되었지만, 사업자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 음... 시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인데 사업자등록은 하지 않은?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에 한해서는, 아이디어가 확고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지원자를 선정하고 지원해주면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어찌되었든, '돈을 주면 ...를 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이미 ....를 진행했다. 돈을 주면 ...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을 마치며... 불덩이 사이를 헤엄치기
이번에 지원사업을 준비하면서, 여러가지를 얻었습니다. 먼저 사업계획서를 오랜만에 작성해보았는데요, 이미지를 만들고, 표를 만들고, 단어 선택을 고민하는 등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이전보다 향상되었습니다. 남편과 같이 사업을 계획하면서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대화해 볼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겁니다. 한 가지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는 앞으로의 과정들을 상상해보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어떤 성취감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불타는 갑판에서 뛰어내린 이후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예상외로 구조선을 쉽게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인내하며 바다위에 떠도는 불길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헤엄쳐야 할 겁니다. 구조선을 만나고, 나중에는 내가 구조선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을 구출해줄 수 있길 바랍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원하는 목표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