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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단 Dec 08. 2022

겨울 한낮의 햇살

해의 살, 햇살. 그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다. '햇살'앞에 '겨울'이라는 단어가 놓이는 요즘에는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겨울 햇살, 겨울 햇살, 겨울 햇살... 눈부시게 밝은 빛 줄기가 베란다 창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얗게 시렸던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라고 한다. 태양에서 요이땅! 하고 빛이 출발한다. 8분 20초동안 날아 온 빛이 나의 몸에 닿고 있다. 이토록 빠른 속도라면 그 끝이 칼날처럼 예리할 법도 한데, 피부에 닿는 햇살은 무척 부드럽다. 자리를 옮겨 온 몸을 햇살 속에 풍덩 빠뜨린다. 그곳에 앉아 태양이 보내는 따사로움을 만끽한다. 겨울 한낮의 호사로운 시간이다.


햇살은 모든 사물을 더욱 밝고 더욱 어둡게 만든다. 투명한 검정색을 덧 씌워 사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마법을 선보인다. 사진 촬영에서 자연광이 중요한 이유이다. 자연광은 렌즈 위에 노란빛, 녹색빛, 붉은빛 등 다양한 색을 입힌다. 자연광이 비추는 대상은 선명한 대비, 오묘한 색이 덧 입혀져 아름답다.


대낮의 환한 햇살이 방 안의 사물을 비춘다. 마치 세상은 평화로워요,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것은 사실처럼 들린다. 이렇게 아늑하고 따뜻한 세상이 평화롭지 않을 리 없어, 하고 믿고 싶어진다. 눈을 감으면 발갛게 형체를 드러내는 햇살을 볼 수 있다. 화사하게 핀 양귀비의 넓은 꽃잎처럼 붉으면서 노랗기도한 둥근 형체가 아름답다. 동시에 차분하지 않은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붉은 두려움이 떠오를 것 같아 황급히 눈을 뜬다.


방 안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스하다. 온 몸에 닿는 햇살이 나른하다. 거꾸로 된 반달 모양처럼 눈 웃음 지으며 골골대는 고양이,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처럼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언젠가 둘째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아!" 그랬다, 햇살이 내리 쬐는 오늘, 오늘이 오늘이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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