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영어 학습, 영어 공부법, 인지심리학
응용 행동 과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실험들 중 하나인 '차가운 물에 손 담그기'에 대한 연구를 보면,
우리는 2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실험 1. 60초 동안 차가운 물 (섭씨 13.8도)에 손을 담그기.
실험 2. 조금 덜 차가운 물 (섭씨 15도)에 30초간 담근 후, 60초 동안 차가운 물 (섭씨 13.8도)에 손 담그기.
다니엘 카네만 (Deniel Kahneman)이 실시한 위의 인지심리학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중요한 2가지 사실은,
첫째, 실험2의 손실 총량이 실험 1보다 더 크다.
둘째, 그럼에도 실험2를 택한 참가자가 70% 가량 차지했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무언가를 새롭게 경험할 때 리소스나 손해의 총량을 고려하기보다, 손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유사한 실험이 하나 더 있다.
내시경 검사를 한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은 그 불편한 느낌을 알텐데,
실험 1: 촬영 완료 후 내시경을 곧 바로 빼내기와,
실험 2: 촬영 완료 후 1 분 가량 가만히 놔두는 것.
분명 불편함의 총 시간적 측면에서 내시경을 1분 더 놔두는 것에 대한 손해의 양이 더 크지만, 촬영 후 바로 내시경을 빼내지 않고 대기하는 행동, 즉 프로세스의 (이 경우에는 시작이 아닌) 최종 단계에서 불편함의 축소는 그 총량에 관계없이 환자의 사용경험 측면에서 놀라운 만족도 증가가 발견되었다.
구글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쳐도 수 초 이내에 수십 억 페이지의 영어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영어를 학습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그 무엇이든 내게 효과적인 영어 학습 관련 페이지를 찾아서 무료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유튜브의 수백 수천명의 영어 브이로거들이 전하는 짧고 효과적인 학습부터... 지금 이것을 보고 있는 우리 주위의 벽, 책상, 책상에 폰이 비스듬히 놓아진 모습의 묘사, 벽지에 그려진 그림, 욕실 바닥에 맺힌 이슬 등... 영어로 변환하면서 영어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소재와 방법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도처에 깔렸다.
이 뿐만 아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현재 핫한 기술관련 최그급 정보와 지식 또한 잘 찾아보면 웹에 수천, 수만 개의 강의가 넘쳐나고 있다.
왜 이렇게 널려있는 영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궂이 영어 학습 TV CF를 보고 그것에 낚여 불필요한 돈을 지불하는가?
바로 인지 심리학과 응용 행동과학 분야에서 연구 및 검증된 두 가지 개념
1. 합리화 효과 (Rationalization Effects)
2. 형식과 격식 (Rituals)
그리고
3. 군중심리
이 3가지가 우리 내부에서 지출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합리화 효과- '만약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텐데'...식의 사고방식으로써 돈을 지불하고 그에 대한 댓가로 받은 것에 대한 효과를 결과 검증 전에 미리 합리화한 이후에 시작하려는 심리.
형식과 격식-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이 이용함에 있어 격식과 형식은 제품/서비스 자체의 질을 떠나 고객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새해 시무식을 살펴보면, 멋진 시작과 함께 현란한 그래픽으로 회사의 지난 발자취와 미래 목표가 선포되면, CEO의 연설과 축하 행사, 그리고 식사 등으로 이어지는 격식으로 구성된다.
군중심리- 나쁘게 표현하면 개인의 선택이 옳은지에 대한 의구심을 남들이 자신과 동일한 선택을 할 때의 안도감, 좋게 표현하면 '멀리 가려면 함께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3가지에 대하여 서두에서 손해의 총량을 언급하며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느꼈을 수 있지만,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공존하는 형태라고 보는 것이 가장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왜냐하면 형식과 격식, 합리화, 군중심리 등도 상황에 따라 학습에 있어서 중요한 심리적 절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교 졸업이 한참 지난 시점에 거의 매주 다양한 분야의 프로페셔널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는데, 업무 시간 이외의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몇년 간 학습을 하다보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아마도 혼자 그 학습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쉬고 싶은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한 나 스스로의 자기 합리화-'남들 쉴 때 나는 더 앞으로 가고 있어!', 매 학기마다 등록금을 내고 OT를 하고 시험을 보고 학점을 받는 등의 형식들, 수업에 함께 참여했던 기업 임원들과 나이 지긋한 학자분들을 보며 '이 고생을 나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군중 심리 등...
결국, 매주 특정 장소로 찾아가서 위와 같은 형식을 거친 이후에야 학습에 돌입하는 -어떻게보면 온라인 강의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비효율적인-루틴 혹은 프로세스가 없다면 우리가 원하는 학습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극히 적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비효율적 루틴들이 글 맨 위의 차가운 물에 손 담그기,내시경 실험에서 발견된 손 쉬운 방법과 불편함의 축소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이것을 온라인 영어 학습으로 전환하여 생각하면 영어 교재 구매와 관련한 사전 행동들 즉, 검색부터 시작하여 리뷰를 체크하거나 해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외형적으로 보이는 UI부터 히스토리까지 살펴보고 이후 결제까지 완료함으로써 그 프로세스를 통한 이용의 정당성을 자신이 스스로 더욱 합리화 하는 것이다.
또한 홈쇼핑에 나온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아무 근거 없이 수십만원을 내고 학습을 다짐했지만 잘 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3번 군중심리는 1번과 2번에 부분적으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어에 대한 목마름과 실력 부족을 고백하는 이는 많다.
온라인 영어 학습으로 대표되는 각자 알아서 공부하는 개인 단위 학습의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혼자서는 공부하기 싫다. 티비를 끄고, 책상에 앉아 책을 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잘 안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경우에서 보듯 비효율적 프로세스, 즉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함께 학습하며 에너지를 나누고 서로 격려 또는 몰입 경쟁하는 사람들, 격식과 군중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비효율적 프로세스는 영어에 한해서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 에너지 투입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재택학습을 하지 않고, 도서관이나 스터디룸, 커피숍을 전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우리는 일절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기만의 영어 학습법을 찾아, 오랫동안의 확신을 유지하며 공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음 편에는 어떤 학습 소재를 선택해야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