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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Jul 25. 2024

수도원 일기

책 이야기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 중고 책방을 알게 되어 여러 해 동안 한국 책을 주문해서 보아왔다. 펜데믹 이전에는 $50 이상 주문을 하면 6-8주가 걸리는 배편은 무료 배송이었고,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면서는 배편은 중단이 되고 DHL 항공편으로만 주문이 가능해졌다. 15-20%가량의 배송비를 지불하지만, 대신 책을  3-4일 내로 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금년 봄부터는 다시 배편 무료 배송이 시작되어 몇 차례 책을 주문했는데, 얼마 전 책을 주문하려고 하니 한국 주소를 입력하라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책값도 달러가 아닌 원화로만 나오고, 해외 주문 옵션은 사라졌다.

 

세상사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오랜 세월 내 차를 정비해 주던 ‘밥’이 죽었고, 카이저의 주치의 ‘폴락’과 치과의사 ‘멘델’은 은퇴했다. 가드너 ‘호세’가 ‘로베르토’로 바뀐 지도 벌써 3-4년이나 된 것 같다. 보험중개인 ‘캐런’이 은퇴하며 비지니스를 인수했던 부부도(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은퇴를 했고, 결국 얼마 전 보험사를 Allstate에서 AAA로 바꾸었다.


그동안 사놓은 책들 중에 아직 읽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어 당분간 책을 살 필요는 없다. K타운에 나가면 한국책을 살 수 있지만 번거롭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번 기회에 편리한 이-북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북은 무료인 책들도 많다. 물론 잘 나가는 저자가 쓴 책은 체험판이라고 해서 책의 앞부분을 일부 무료로 볼 수 있다. 샘플이며 맛보기인 셈이다. 나머지를 보려면 책을 구입해야 한다.


무료인 이-북을 살펴보다 찾은 책이 ‘수도원 일기’다. 수도원에서 사는 수사들이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세상에 살며 사목을 하는 신부님에 비해 격리된 공간 수도원에 사는 수사들이 더 겸손하고 경건해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나의 편견일 것이다. 큰 성당의 신부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신부님의 먹는 것, 입는 것, 하물며 노는 것까지 챙긴다. 노동을 해서 스스로 먹을 것을 마련하고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하루를 끝내는 수사들의 삶이 더 그리스도인답게 느껴진다면 (나는 그리 못하지만) 이건 나의 착각일까.


사제/수사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위로를 전하고 주님의 자비를 증언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수도자들의 진솔한 삶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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