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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Aug 13. 2024

너라도 끝가지 걸어야 한다

책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은 소설과 에세이다. 소설은 픽션이고, 에세이는 논픽션이지만, 둘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없다.


성당에 나간 지 10여 년이나 되었지만 종교서적이나 교리책은 몇 권 읽지 않았다. 아직 신앙이 부족하고 신학적인 지식이 적은 탓이리라. 나의 잘못된 생각인지 모르지만, 종교서적이라는 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종교나 교리라는 것이 있지만, 신의 모습이나 그의 뜻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결국 자신이 믿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정답보다는 그랬을 것이라는, 그럴 것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애매한 답보다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사는지, 그들은 고난의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멕시코 선교 사제 최강 신부님의 에세이집 “너라도 끝가지 걸어야 한다”는 교우 미카엘이 선물로 권해 준 책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많은 이들이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분도 선교 사제였다. 내가 이해하는 선교사제는 수도원에서 기도생활을 하며 사는 수사님과 성당에서 사목을 하는 본당 신부님 중간쯤의 삶을 사는 분들이다. 이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나라와 오지를 찾아가 그들 속에 살며 주님의 평화와 사랑을 전한다.


책은 선교 사제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말미에 가면 신앙 고백과 단상을 적은 글도 나온다. 나는 신부님이 선교지에서 겪은 일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일상을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


가끔씩 느끼는 일이지만 하느님의 뜻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며 결국 모든 고난과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나고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느님의 방법인가 아닌가는 생각하기 나름이며, 신앙의 깊이에 따라 생각이 다를 뿐이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픽션과 달리 일상을 짧은 글로 적는 에세이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 흔한 것이 에세지 집이다. 게다가 사목을 하는 목사님이나 신부님들은 책을 내서 신자들에게만 나누어 주어도 소비가 되니, 쉽게 출판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에세이 집과는 격이 다르다. 저자인 최강 신부님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군더더기 없이 장황하지 않게 맛깔나게 쓴 글이다. 종교나 신앙과 상관없이 누구나 읽으면 공감하고, 과연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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