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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Feb 25. 2019

당신 없는 삶을 생각하니

일상에서...

나이가 들어가며 당신에게 의존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나의 입장에서 당신이 없는 삶은 고난의 연속이 되겠지요. 그동안 이어오던 성당,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입니다. 배우자를 상실한 이들이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사라져 가던 것을 기억합니다. 


혼자서는 집을 관리하며 살기도 힘드니 이 집을 처분하고 거쳐를 옮겨야 하겠지요. 근데 당신이 쓰던 물건들은 다 어떻게 하지요? 당신이 그려놓은 그 많은 그림들은 다 어떻게 하죠? 


누구나 배우자의 죽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아, 살아있을 때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상투적인 말보다는 오늘의 주제를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남은 사람은 어떻게라도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혼자 남아 살아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당신의 뜻대로 사후 처리를 해주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장례식은 어떻게 치르기를 바라는지, 당신이 평소에 아끼던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하기를 원하는지, 은행에 남아있는 얼마간의 돈은 누구에게 주고 싶은지 등을 미리 종이에 적어 놓으면 좋을 듯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검토를 해보고 생각이 바뀐 부분은 고쳐 놓고요. 가까운 장래에 변호사를 만나 유언장을 작성해 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제를 뒤집어, “내가 죽고 난 후, 당신의 삶을 생각할 때,” 나의 걱정은 더 커집니다. 평소에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던 서류 등을 당신이 잘 처리할 수 있을지, 혹시 내가 없는 세상에서 불이익을 당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는지, 걱정스럽네요. 확률로는 내가 당신보다 먼저 죽게 될 것이 분명한데, 혼자 남을 당신의 준비를 너무 소홀이 한 느낌입니다. 이제 조금씩 내가 하던 일을 당신에게 가르쳐 주고 넘겨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나요. 인생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쓰며 내가 느끼는 감정은 출근을 앞둔 어느 비 오는 일요일 오후 같습니다. 가슴이 짠 합니다.




2월 성당 부부모임의 주제는 "배우자가 없는 삶에 대해 생각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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