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이 책은 17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마이클 코널리’ 등이 참여했다. 초대받는 작가는 18명이었는데, 그중 ‘케이프코드의 아침’ 이란 그림을 받은 작가가 작품을 쓰지 못했고, 편집자는 이 그림을 작품집의 표지에 넣었다.
에드워드 호퍼는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하다가 1920년대 중반부터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많이 그려 도시민의 삶에서 나타나는 고독과 절망감을 표현했다. 작품 속 공간은 크고 텅 빈 느낌을 주며, 자연광과 인공조명의 대조를 통해 황량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희미하게 음영이 그려진 평면적인 묘사법에 의한 고독한 분위기를 담은 건물의 모습이나 사람의 자태는 지극히 미국적인 특색을 보인다. 그는 1960, 1970년대 팝 아트와 신사실주의 미술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1924년에 동료 화가였던 ‘조세핀 니비슨’과 결혼했다. 조세핀은 그의 유일한 여성 모델이자 매니저 역할을 하며 그가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그녀는 호퍼의 그림 세계를 깊이 이해했고, 그의 작품에 대한 세부 사항들을 꼼꼼하게 기록하여 미술사적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종종 갈등을 겪었고, 일부 기록에는 그가 아내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과 통제적인 성향을 보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었고 그런 탓인지 그의 작품에서 어린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책에 실린 작품 중 ‘게일 레빈’이 쓴 ‘목사의 소장품’이라는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논픽션 기획기사 같은 내용이다.
호퍼의 작품 연구가인 그녀는 호퍼의 작품과 유산이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혹을 오랫동안 제기해 왔다. 이야기인 즉, 호퍼 부부와 친분이 있던 ‘아서 R. 산본’이라는 목사가 호퍼 부부 사후에 그들의 집에서 수백 점의 작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다.
산본 목사는 호퍼 부부가 자신에게 작품을 선물했다고 주장했지만, 게일 레빈을 비롯한 일부 미술계 관계자들은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호퍼 부부가 작품 거래나 선물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점을 들어, 기록에 없는 작품들이 대량으로 발견된 것은 도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호퍼는 나도 매우 좋아하는 작가다. 그의 그림에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림을 보는 날의 분위기와 날씨, 기분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책에는 글 앞에 작가에게 주어졌던 그림이 실려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책에 실린 소설들은 하나 같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