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는 면접시험 통보가 온다. 필기시험은 면접대상을 추리기 위한 방편이며 최종 점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면접 점수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순위를 매긴다. 각 순위에는 1-2명이 들어갈 수도 있고, 20여 명 이상이 들어갈 수도 있다. 부서에 사람이 필요하면 앞쪽 3순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통지를 보내고 연락을 해 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채용 면접을 본다.
3명의 시험관이 면접시험을 본다. 먼저 학력과 경력을 정리해서 지원하는 자리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설명하라고 한다. 그다음에는 몇 가지 상황을 주고 답을 하게 한다. 예를 들면, 화가 난 민원인의 전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설명하라거나, 해야 할 일이 밀려있는데 윗사람이 또 다른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묻는다. 정해진 답이 없는 질문들이다.
시험관은 답 자체보다는 지원자가 그 답을 어떻게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가를 더 주목한다. 지원자가 방을 나가고 나면 시험관들은 의견을 나누어 면접 점수를 정한다. (이는 후에 내가 관리직에 오른 후 시험과 채용면접에 참여하며 알게 된 내용이다.)
말단 사무직 ‘Office Assistant’ 같은 경우는 주 정부 인사과에서 시험을 주관하지만 전문직의 경우는 각 부처마다 시험이 다르다. ‘Office Assistant’ 시험은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응시할 수 있다. 전문직의 경우는 보통 대졸을 요구한다. 말단 사무직에서 대학 졸업장 없이 전문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Office Assistant’로 2년 이상 근무를 하거나 2년제 대학 졸업자는 ‘Technician’ 시험을 볼 수 있고, ‘Technician’으로 2년 이상 근무를 하면 전문직 시험을 볼 수 있다.
전문직 시험은 사무직 시험에 비해 수준이 높지만 이 경우에도 미리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 독해력, 데이터와 자료를 분석하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한다. 반 페이지 정도의 내용을 읽고 2-3개의 질문에 답한다. 문제는 적게는 60-70개, 많은 경우에는 100개가 넘기도 한다. 간단한 수학 계산 능력과 응용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학교 공부도 외우는 것보다는 학습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목소리로 다시 말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의 암기식 학습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조카 둘은 초등학교 때 미국에 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한국식 학습법으로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힘들어한다. 학습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글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험에 약한 사람이 있다. 시험성적이 낮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한인들이 공무원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동생의 은행 동료 두 명이 공무원 시험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점심을 먹으며 정보도 주고 시험 보는 요령도 알려 주었다.
영어가 미숙했던 탓인지 시험 성적이 그다지 좋게 나오지 않았고, 공무원이 되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은 계속 은행에 남아 그 후 새로 생긴 한인은행의 행장이 되었다. 커리어도 시험성적 순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