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공무원직이라 말하지만 공무원만큼 다양한 직종도 드물다. 외교관부터 군인, 경찰, 엔지니어, 과학자, 관리직, 간호사, 조리사, 청소부, 정원사 등 사회에 있는 대부분의 직종이 공무원 직에도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 무능한 공무원의 전형은 차량국 (DMV) 직원이다. 영화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나무늘보가 바로 차량국 직원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 차량국은 방만한 운영으로 의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얼 아이디’ 발급과 관련 직원들의 실수가 발견되어 7월 24 오전에는 모든 DMV 사무소가 오전에 문을 닫고 직원 재교육을 실시한다.
사기업이 할 수 있는 업종에 굳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동일 업종의 경우 정부와 사기업이 같이 경쟁을 하면 승부는 너무 쉽게 나 버린다. 사기업의 일방적인 승리다. 사기업은 능력이 우수한 직원을 고용하여 경쟁력 있게 일을 추진하여 적은 비용으로 빨리 그 일을 끝낼 수 있다. 정부는 같은 일에 더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나 사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차츰 비용을 올린다거나 서비스의 질을 낮추거나 더 나아가서는 없어지는 사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같은 비용으로 그 일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사기업이 할 수 있는 일도 정부나 공기업이 그 일을 한다. 대신 사업의 일부를 사기업에 도급을 준다.
공무원은 고용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수습이 끝난 공무원을 해고하는 일도 쉽지 않다. 따라서 어떤 사업을 하는 동안만 사람이 필요한 경우 공무원의 수를 늘리기보다는 사기업을 고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도로국에서 길을 내거나 보수하는 사업에 사기업이 많이 참여한다. 봄가을에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할 때도 일정구간을 사기업이 맡아서 한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공무원직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빨리 출세하고 싶은 야망이 적고, 같은 환경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 거부감이 없고,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만 책임을 지고, 이직이나 실직이 두려운 사람이 공무원직에 어울린다.
남보다 빨리 출세하고 싶고, 자기의 생각이나 뜻을 일에 쉽게 반영하고, 더 나은 자리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옛 직장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기업으로 가는 것이 낫다.
나는 장애와 부족한 학력 때문에 공무원직을 택했다. 경쟁력이 심한 일반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30여 년 공무원 생활에 후회나 불만 따위는 없다. 내게 잘 맞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큰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내 권유로 주 정부 산재기금에 들어왔다가 은행감독국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몇 년 후에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신용조합으로 갔다. 이제는 부사장급 대우를 받으며 돈도 많이 번다. 대신 매주 60시간 이상 일을 한다. 관리직이니 오버타임 따위는 없다. 늘 스트레스가 쌓여있다.
둘째는 베이커스 필드에서 경찰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경찰이 되고자 했고, 대학에 안 가고 몇 년 속을 썩이더니 결국 경찰이 되었다. 정해진 시간 일을 하고, 그 이상 일을 하면 오버타임을 받는다.
미국 공무원은 칼 퇴근이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남아 있으면 수퍼바이저들이 돌아다니며 등을 떠민다. 시간 외 근무를 하면 오버타임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 감사원들이 주 40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을 상부에서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밀린 오버타임을 지급한 일도 있었다.
내가 일하던 사무소에서는 밀린 일을 하기 위해 퇴근시간 이후에도 남아서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 수퍼바이저가 퇴근하라고 내몰면 주차장에 나가 있다가 모두가 퇴근한 후 다시 들어와 일을 하곤 했다. 결국 발각이 되어 크게 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