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책을 돌려보는 교우가 있다. 아마도 그가 먼저 시작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내가 ‘수도원 일기’라는 책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니 그가 이 글을 보고 책 이야기를 시작했고, 먼저 내게 책을 빌려 주었지 싶다.
그는 소설보다는 종교서적, 에세이, 인문학 책을 좋아하고 나는 에세이나 소설을 좋아한다. 서로 접점을 찾아, 그는 내게 종교색이 너무 짙지 않은 책을 빌려 주고, 나는 그에게 에세이 위주로 빌려 준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이다. 공지영이 쓴 ‘수도원 기행’ 1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가톨릭 신자가 되고 난 다음의 일이다. 그녀의 소설을 한, 두권 정도 읽었을까. 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 편견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녀의 정치적인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그녀가 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라는 산문집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마도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나를 그녀에게 가까이 가게 한 것인지 아닌가 싶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다녀온 교우가 ‘수도원 기행 2’를 사다 주었다. 이 책은 내가 오랫동안 사고 싶었는데, 미국에서 살 수 없었던 책이다. 그리고 나는 공지영의 팬이 되고 말았다.
다시 책을 빌려주는 교우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얼마 전 그가 빌려 준 책이 바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유한 집안의 딸인 유정은 대학 강사이자 전직 가수다.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상처와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인해 세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세 번째 시도 후, 고모인 모니카 수녀는 그녀에게 교도소 봉사를 제안한다. 마지못해 따라나선 그녀는 서울구치소 만남의 방에서 사형수 윤수를 만난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윤수는 세 사람을 살해한 뒤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사형수며 세상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차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두 사람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지는 만남을 통해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한다. 대화를 거듭하며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속 깊은 상처를 꺼내놓는다. 유정은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자신을 외면하고 가해자를 두둔했던 엄마에 대한 상처를, 윤수는 가난 때문에 눈먼 동생을 지키지 못했던 죄책감과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털어놓는다.
윤수에게 사형 집행 명령이 내려지면서 이들의 만남은 끝이 난다. 윤수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에게 피해를 입었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유정 역시 그를 통해 엄마를 용서할 용기를 얻고 남겨진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출간된 지 20년이나 된 책이다. 책을 읽으며 전에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낯익은 장면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줄거리는 생각이 나지 않아 끝까지 흥미 있게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별 감동이 없었을 것이다. 가톨릭 신자가 되었고, 작가가 쓴 종교색이 짙은 책을 여러 권 읽은 탓인지, 군데군데 들어있는 종교적 의미가 마음에 와닿았다.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용서하고 구원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살고 싶지 않은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