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읽었다. 우리 회사 IT 매니저인 ‘영’씨가 빌려준 책이다.
지은이는 평균 근속 연수가 1년 남짓하다는 아마존에서 12년이나 일했던 ‘박정준’이다. 그는 아버지의 유학 시절에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돌아간 후 19세까지 유년과 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던 그에게 ‘아마존’이란 직장은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지난 5년 동안 한국 직장에 다니며 잊고 지내던 미국 직장에서의 일들이 생각났다. 내가 31년 동안 일했던 미국의 공직사회는 변화와 경쟁이 난무하는 IT 사기업인 아마존과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군데군데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일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미국 회사들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입사시험을 치르고 사람을 뽑는다. 필기시험은 지원자를 추리는 방편이며 실제 채용은 실무자들이 인터뷰 통하여 뽑는다. 수일 또는 수주 동안 신입사원들을 모아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지식만을 주고 실무에 투입한다. 대개는 부서에서 경험이 많은 선임에게 실무교육을 맡긴다. 일에 필요한 지식은 이렇게 일을 하며 배우고 익힌다.
신입사원이나 말단 직원들도 실무에 필요한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담당자가 누군가에 따라 다소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법규나 규정을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획일적 정서에 익숙한 사람들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매년 직원의 업무성적을 평가하는데, 먼저 수퍼바이저와 매니저가 평가를 하고 직원이 여기에 추가로 답변을 할 수 있다. 선임 매니저가 되어서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은 200명 가까운 직원들의 평가서는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모두 검토하고 내 의견을 적어내는 것이었다.
모든 관리직원들은 자신의 업무능력을 평가해 줄 부하직원과 동료 몇 명을 선택해야 한다. 인사과에서는 이들에게 나의 평가서를 보내 작성하게 한다. 이들의 의견을 모아 하나의 보고서로 묶어 바로 위의 매니저와 미팅을 한다. 지역사무소장쯤 되면 바인더 한 권의 분량이 된다.
책에서 언급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생각이 난다. 관리직원들에게는 멘토로 지원하기를 종용했고, 관리직으로 승진하기를 원하는 일반직원들에게는 멘토링에 참여하도록 권유했다. 나는 처음 1-2년 동안에는 모르는 척하다가 나중에는 눈치가 보여 2년에 거쳐 두 번 멘토 노릇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경험했던 것을 나누고 참여하는 직원에 질문에 답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책 곳곳에서 저자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이 나의 경험과도 유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하여 어떻게 ‘아마존’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