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요즘 자주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과연 죽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유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며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죽음이란 컴퓨터를 끄는 것과 같아 플러그를 뽑는 순간 생은 끝이 나고 아무것도 없다고 했으며, 또한 신은 없고 세상의 누구도 우주를 다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나는 성당에 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교회가 가르치는 하느님의 나라는 믿기 어렵다.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다스리기 위하여 그럴듯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다음 세상이 없다거나 나보다 큰 힘을 가진 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세상에는 새로운 것도 없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라진 별을 이루고 있던 물질이 다시 모여 새로운 별이 생긴다. 수명을 다한 생물은 결국 썩어 없어지지만 해체되고 분해되어 그 모습을 바꿀 뿐 원소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건을 태워도 마찬가지다. 원소가 분해되고 모양을 바꾸어 기체가 되어 날아가고 일부는 재로 남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우주가 나며 내가 우주라는 그럴듯한 역설을 주장해 본다. 한때 다른 형태를 이루었던 원소들이 공기와 물과 음식물의 모습으로 내 안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뇌세포가 된다. 내 몸을 이룬 이런 원소들에게는 내가 느꼈던 감각과 기억의 체취가 남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내 몸에 들어온 원소들 중에는 공룡이 내 쉰 숨에 들어 있던 원소도 있을 것이며,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던 얼룩말의 몸을 이루었던 원소도 있을 것이고, 깊은 바다에 살던 고래의 원소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의 기억이 나와 하나가 된 것이다. 내가 죽어 해체된 원소들은 어느 아기의 몸에 들어갈 수 있고, 먼 훗날 우주인의 몸 한구석에 자리하여 우주를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우주이며 내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나.
돌아가신 부모님을 자주 본다. 그분들은 내 기억 어딘가에 살아있어, 내가 꿈을 꾸거나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리면 다시 살아나곤 한다. 어찌 내 안에만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나. 내 동생이나 누이, 작은 아버지 등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한때 죽음을 몹시 두려워했던 때가 있었다. 사춘기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죽는 것이 너무 무서워 숨죽여 울기도 했었다. 더 이상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떠난 자리에 이제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