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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동운 Don Ko Oct 11. 2019

다저스 시즌 오버

일상에서...

플레이 오프 상대가 워싱턴으로 정해졌을 때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내셔널 리그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던 다저스가 1회전에서 탈락했다.


162 경기를 치르는 정기리그와 5판 3승의 단기전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 시리즈다. 마이너 리그 자원이 풍부한 다저스는 거의 매일 또는 하루 걸러 연전을 치루어야 하는 정기리그 게임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여 주었다. 부상 선수에게는 재활에 필요한 시간을, 피로가 누적된 선수에게는 휴식을 줄 수 있었다. 부진한 선수는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 컨디션 조절을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한 시즌을 여유롭게 보낸 다저스 선수들에게는 집중력도, 헝그리 정신도 보이지 않았다.


위기에 내세울 마땅한 구원투수도 없던 워싱턴은 3명의 선발 투수들이 선발과 구원을 번갈아 하며 위기를 넘겼고 찬스에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낚았다.


TV 화면에 비치는 선수들의 눈빛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5차전 경기 내내 3점이나 뒤졌던 워싱턴 선수들의 눈에는 전혀 기죽거나 당황한 표정이 없었다. 마치 고픈 배를 움켜쥐고 먹이를 기다리는 맹수와 같은 눈빛을 볼 수 있었다.


4차전에 이미 진을 뺀 맥스 셔저는 금세라도 마운드로 나갈 것처럼 더그아웃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반면 불펜에서 몸을 푸는 클레이튼 커쇼는 무언지 불안한 몸짓을 보이고 있었다.


구원 등판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던 마에다를 준비시켜 놓고 왜 커쇼를 8회에도 내 보냈는지, 홈런 한 방을 맞은 후에는 왜 바꾸지 않았는지, 구원투수는 몸이 한 번 식고 나면 전과 같은 공이 안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 왜 9회를 선방한 조 켈리를 10회에 다시 올렸는지, 만루 상황에서 왜 켄리 젠슨을 올리지 않았는지… 사람들은 두고두고 이야기할 것이다.


아마도 다저스의 내년 시즌은 금년과는 다를 것이다. 과연 다시 플레이 오프에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커쇼가 사양길에 들어섰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고, 류현진의 잔류도 불투명한 상태며, 금년과 같은 방식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단기전을 치른다면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커쇼에게는 팬으로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는 단연코 메이저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그의 전성기 시절 다저스에는 그를 뒷받침해줄 만한 선수층이 없었다. 그는 혼자 고군분투하며 과다한 투구를 했다. 그의 구력이 나이에 비해 급속히 나빠진 것도 이런 혹사 때문일 것이다.


다저스에는 재능 있고 장래성 있는 좋은 마이너리스급 선수들이 많이 있다. 이들을 모두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며 다저스가 7년 연속 디비전 우승을 하고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하는 이유다. 장래성 있는 선수들로는 우승하기 어렵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정상에 오른 프로가 있어야 우승은 가능하다.


재능 있는 유망주를 몇 명 포기하고 전력을 재정비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금년과 비슷한 성적에 머물 것이다. 스포츠나 개인의 삶이나 다 비슷하다. 희생 없는 결실은 없으며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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