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성실한 공무원

by 고동운 Don Ko

같은 직급의 공무원은 나이, 성별, 출신 학교, 그리고 능력과 관계없이 모두 같은 봉급을 받는다. 그래서 야망 있는 미국의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큰 아들 세일이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했고, 대학에서도 4년 동안 계속 축구를 했다. 미국에서 프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졸업 후, 잠시 워싱턴 주의 축구학교에서 코치 일을 했지만 별로 장래성이 없어 보였다. 나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보아 산재기금에 들어왔다.


일가친척은 공무원 직에서 상하관계로 근무할 수 없다. 나는 그 무렵 신규채용 면접에 자주 차출이 되곤 했었는데, 당연히 세일이의 면접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사칙으로 금지되어 있다. 관리직에 있는 일가친척이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수퍼바이저로 일 할 때, 매제 회사의 직원이 산재를 당한 적이 있었다. 마침 보험사가 내가 근무하던 산재기금이라 그 직원의 산재가 잘 처리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파일은 다른 팀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고 답을 해 주었다.


다음날 매니저가 보자고 했다. 그 산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만약 내가 이해관계가 있는 파일이면 다른 지역 사무소로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더 이상 그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2년 후, 세일이가 선임 보험 조정관 승진대상에 올랐을 때 나는 승진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매니저였지만 대상자 선정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나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일이는 나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편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 덕을 본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얼마 후, 은행감독국으로 자리를 옮겨 갔다. 그리고 야간에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해서 CPA 가 (공인회계사) 된 후에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신용조합으로 갔다.


매니저인 내 봉금의 두배가 넘는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일주일에 60시간가량 일을 한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 공짜란 없다. 돈을 많이 벌려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북가주의 명문 사립대학인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젊은 친구가 보험 조정관으로 들어왔다. 멕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집안에서 최초로 대학에 진학했었다고 한다. 그는 야간에 법대를 다니고 있었는데, 변호사가 되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늘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너는 결코 여길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곤 했었다. 그 정도의 능력이면 변호사가 된 후 산재기금의 법률팀에 들어갈 수가 있으며, 업무에 시달리는 일반 변호사들과 달리 변호사 공무원은 주 40시간 근무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기 때문이다.


내 예언대로 그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자 법률팀으로 갔고, 다른 층에서 일하던 아가씨와 결혼을 해서 쌍둥이를 낳아 잘 살고 있다. 나는 그를 볼 때마다 내 예언이 적중했음을 상기시켜 주곤 했다.


주 40 시간 칼퇴근에 눈치 보지 않고 병가와 휴가를 쓸 수 있는 공무원직은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려는 사람들에게 꼭 맞는 직업이다. 사기업에 비해 봉급이 작지만 대신 시간의 여유가 있다.


한국의 공무원은 이런저런 수당을 포함 대기업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들었다. 별도로 공부를 하거나 승진시험을 보지 않아도 자리만 잘 지키고 있으면 호봉은 계속 오르는 모양이다.


대부분의 공무원직은 큰 재능이나 능력이 없어도 누구나 성실하면 잘할 수 있다. 재능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공무원직에 안주하는 것은 재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직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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