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글신문에는 한국에서 연수를 왔다는 공무원이나 단체의 소식이 자주 실린다. 서울의 구청은 물론 지자체 공무원과 교육 공무원, 이런저런 장애인 단체와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이다.
나는 31년 동안 주 공무원으로 일하며 외국은커녕 타주로도 연수를 가 본 적이 없다. 미국은 50개 주가 모인 합중국이다. 표면적으로는 한 나라지만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하다. 주마다 법이 다르고 시와 군마다 시 조례안이 있다. 주민들이 내는 세금의 액수도 다르고 받는 복지혜택도 다르다.
어느 주나 도시의 어떤 프로그램이 좋다고 해서 그걸 보고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서로 연결되고 상충되는 것을 복합적으로 잘 뜯어보아야 한다. 하루나 이틀 돌아보고 이야기를 듣는다고 다 파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산재법은 90년대로 접에 들면서 급속히 바뀌었다. 그 후 10년 동안 3-4번 노동법과 산재법에 큰 변화가 생겨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의 직원들을 재교육시켜야 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규정을 해석하여 교재를 만들고 직원들을 교육시킬 인원들을 차출하여 몇 개의 팀을 만들어 지역사무소를 돌며 가르치게 했다. 많은 수의 인원을 한데 모으기보다 소수의 강사진을 운영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되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수퍼바이저를 위해서는 일 년에 두 번 2박 3일 연수가 있었다. 인원을 절반으로 나누어 봄과 가을에 한차례씩 열렸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근무하는 직원들이 모여 실무경험도 나누고 단합도 하는 모임이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나면 저녁을 먹기 전에 해피아워가 있는데, 참석자들에게는 주류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티켓을 두 장씩 나누어 주었다. 해피아워에서는 돈을 주고는 술을 사 마실 수 없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술을 안 마시는 동료들이 건네주는 티켓으로 한두 잔 더 마실 수도 있었다. 저녁 식사 때는 8-10명이 앉는 테이블에 와인이 두 병씩 주어졌다. 미국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회식이나 식사에서는 음주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1년에 한 번은 상위 1-3% 에 속하는 직원들을 뽑아 1박 2일 연수를 보낸다. 평소 별도의 보너스가 없는 공무원이지만 여기 뽑힌 직원들에게는 $250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프로그램은 산재 동향이나 동기부여 세미나 같이 큰 부담 없이 듣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짜여진다.
산재보험에 근무하는 동안 한국의 근로복지공단에서 몇 차례 연수를 다녀간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공무원들에게 해외연수는 포상휴가의 성격이 짙은 것 같다. 관련 부처나 업계를 잠시 방문하고 나머지 시간은 문화체험이라는 명목의 관광이다.
장애인 단체의 종사자들도 자주 미국에 다녀간다. 장애인의 복지에 있어 한국보다 앞서 가는 미국이니 보고 배울 것이 있다. 그러나 한국과는 매우 다른 복지구조와 환경이기 때문에 현실감이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굳이 비싼 경비를 지불하며 해외연수를 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각자 생각해 볼 일이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의 관공서는 정보공유에 있어 매우 너그럽다. 웬만한 정보는 이미 웹사이트에 다 나와 있다. 별도로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contact us’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로 문의하면 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