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닭튀김과 파스타, 그리고 코카콜라 한 잔

by 고동운 Don Ko

미국의 공무원들에게는 별도의 직장 회식이라는 문화가 없다. 윗사람이 가자는 식당에 가서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고, 고춧가루 뭍은 술잔을 받을 필요도 없다. 매니저나 수퍼바이저가 직원들에게 밥이나 술을 사줄 수 있는 예산 따위도 없다.


미국의 관공서에서 커피나 음료수를 대접받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운이 좋으면 정수기 물을 얻어 마실 수 있을 정도다.


직원들이 마시는 커피는 보통 커피 클럽을 만들어 운영한다. 매달 회비를 걷어 그 돈으로 커피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당번을 정해 커피를 끓이고 청소를 한다. 비회원은 돈을 내고 한 잔씩 사서 마실 수도 있다. 내가 일하던 빌딩에는 층마다 커피 클럽이 있었다. 달랑 커피만 제공하는 클럽이 있었고, 크림과 설탕을 제공하는 클럽도 있었으며, 다양한 맛의 시럽을 제공하는 클럽도 있었다.


누군가 생일을 맞게 되면 동료들이 점심을 사 준다. 보통은 계산서가 나오면 생일을 맞은 사람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낸다. 가끔은 자기는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다면 자기가 먹은 음식 값에 생일 맞은 이의 점심값만 더해서 내는 깍쟁이들도 있다.


명절이 돌아오거나 하면 팟럭을 (potluck) 하기도 한다. 참석자들이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어 오거나 사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은 것이다. 참석인원이 많아지면 미리 리스트를 돌려 가져올 음식을 적어내게 한다. 음식을 못 가져오는 사람들은 회비를 낸다. 그 돈으로 모자라는 음식이나 음료수 등을 산다.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큰 명절이다. 회사에서는 늘 크게 연말 파티를 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파티’로 불렸다. 그 후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반발의 소리가 커지며 연말 파티가 되어 버렸다. 연말이면 유대인들에게는 하누카 (Hanikkah), 흑인들에게는 콴자 (Kwanzaa)라는 명절이 있다.


DJ까지 등장하는 이 파티에는 배우자나 친구도 데리고 올 수 있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든다. 티켓 값을 낮추기 위해 일 년 동안 이런저런 모금 활동을 한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베이크 세일을 하거나 도넛 세일 등을 해서 돈을 모은다. 베이크 세일은 솜씨 좋은 직원들이 과자나 케잌을 집에서 구워와서 파는 것이다.


공무원 생활 중 가장 기념비적인 때는 25주년이다. 주 공무원으로 25년 일한 직원에게는 주지사가 상장을 주고 카탈로그에서 선물을 하나 고를 수 있다. 카탈로그에는 시계, 반지나 팔찌, 혁대 버클, 장식용 화병, 피크닉 세트 등 다양한 물건이 들어 있는데, 가격으로 따지면 $100 남짓한 물건들이다. 나는 여자용 손목시계를 골라 아내에게 주었다.


25주년을 맞는 직원을 위해서는 파티를 열어 준다. 티켓을 팔아 그 돈으로 식당에 예약을 하거나 케이터링을 해서 회사의 휴게실에서 파티를 한다. 80년대에는 $15-25 하던 티켓 가격은 2000년대에 들어서자 $30-40로 올랐다. 말단 직원들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비용이다. 나는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25주년 파티를 하지 않았다. 매니저들과 점심을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31년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는 은퇴 때는 케이터링을 해서 회사의 휴게실에서 파티를 했다. 티켓 가격이 $20를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뉴는 내가 좋아하던 Charlie’s Trio의 닭튀김과 파스타, 그리고 코카콜라 한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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