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10년 넘게 쓴 침대를 바꾸었다. 난 대부분의 변화를 싫어한다. 며칠 간의 낯선 어색함이 싫다. 몇 달을 두고 조르는 아내의 성화에 할 수 없이 집을 나섰다.
'Living Space'라는 가구점에 가서 $1,500 하는 매트리스와 침대까지 새로 장만했다. 2년 무이자 할부라고 해서 조금 무리했다. 며칠 후 침대와 매트리스가 왔다. 배달 온 가구점 직원들이 잠시 뚝딱여 침대를 조립하고 나오자, 아내가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침대가 너무 높은 것 같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침대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도 내가 기어오르지 못할 만큼 높았다. 가구점에서 높이를 대충 쟀을 때, 다소 높은 느낌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예상 못했던 일이다.
문제는 매트리스였다. 우리가 쓰던 것은 8인치였는데, 가져온 것은 11인치였다. 다시 가져가라고 하니, 배달 온 직원들이 난감해한다. 결국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야 가지고 갔다.
점심도 거르고 가구점으로 향했다. 높이가 낮은 매트리스를 찾으니, 10인치가 제일 낮은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매트리스들은 다 높게 나온다고 한다. 다른 곳에 가보기로 하고 나왔다.
집 근처의 매트리스 가게에 가니 8인치짜리는 없고 9인치짜리가 딱 하나 있었다. 당일 저녁에 배달도 가능하다고 했다. 제대로 흥정도 해보지 못하고 샀다. 3시에 늦은 점심 대신 빵 하나를 사 먹었다.
저녁 7쯤 주문한 매트리스가 왔다. 아까보다는 낮아졌지만 아직도 높다, 휠체어와 침대 사이에 슬라이딩 보드를 놓고도 겨우 아슬하게 오를 수 있다. 더 이상 낮은 매트리스는 없으니 침대의 높이를 낮추어야 했다. 다시 가구점으로 향했다.
결국 높이가 2인치 낮은 침대를 찾았다. 3일 후에나 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비록 아내의 도움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그래도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평소 같으면 오후에 침대에 누워 책도 보고 하며 쉬기도 하는데, 오르내리는 일이 힘에 겨우니 밤에 잠잘 때만 겨우 올라갔다.
3일 후 새 침대가 도착했다. 이제 딱 맞는다. 혼자 마음대로 오르고 내릴 수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2인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다. 장애인에게 1-2인치는 구속과 자유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