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돌아간 첫날
야학 첫날, 골목 끝의 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불빛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졌고, 나는 뒤늦게 따라 들어갔다. 연필을 쥐자 손바닥의 굳은살이 먼저 반응했다. 종이가 울었다. 분필 가루가 눅진하게 눌어붙은 공기, 오래 맡지 않던 냄새였다. 코끝이 간질거리자, 몸이 먼저 긴장했다.
자리에 앉아 가방 끈을 매만졌다.
봄이 얼굴이 끼어들었다. 이불 끝에 남아 있던 냄새, 잠결에 손가락을 빠는 소리. 일부러 떼어내지 않았다. 그 생각을 붙인 채 연필을 내려다봤다.
수업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말없이 흩어졌다.
돌아오는 길, 발은 빨라지지 않았다. 어깨에 얹힌 무게가 낮게, 오래 눌렀다. 문 앞에서 그 무게가 형체를 갖췄다.
부엌에서 쇠 긁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냄비 바닥을 긁고 있었다. 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냄비는 빈 채였다. 나를 보았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다. 긁는 소리만 일정하게 이어졌다.
잠시 뒤, 어머니가 부엌 문턱에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해진 저고리 하나, 아이의 바지, 작은 수건. 손이 급했다. 보따리 입구를 쑤셔 넣듯 눌러 묶었다. 끈이 엉키자, 어머니는 혀를 짧게 찼다. 말은 없었다.
나는 가방에서 연필을 꺼냈다.
끝이 조금 닳아 있었다. 손바닥으로 한 번 굴렸다가, 무심결에 책상 모서리에 눌렀다. 뚝. 소리가 작았다. 연필이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나는 그걸 다시 맞추려다 말았다. 손바닥에 파편이 박혔다. 따끔거렸다.
방 안쪽에서 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울음은 곧장 목을 긁었다. 봄이는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손가락이 젖어 있었다. 지린내가 코로 올라왔다. 아이는 이유를 몰랐다. 다만 붙잡았다.
“오빠.”
말이 아니라 소리였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눌렀다. 너무 세게 누르지 않으려 힘을 빼자, 손이 미끄러졌다. 공사장에서 뒤집힌 손톱이 아이의 머리카락에 걸렸다. 살이 다시 열렸다. 진물이 손등으로 배어 나왔다.
아이를 떼어내야 했다.
나는 손을 바꾸어 아이의 손가락을 하나씩 풀었다. 봄이는 더 세게 매달렸다. 울음이 커졌다. 손톱 아래에서 욱신거림이 올라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 숨을 짧게 끊었다.
어머니는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보따리를 다시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냄비를 옮겼다. 바닥에 남은 물기를 헝겊으로 닦았다. 헝겊이 미끄러져 손이 비껴갔다. 어머니는 다시 닦았다. 더 세게.
나는 밥상을 엎고 싶었다.
그러나 밥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 그릇뿐이었다. 그릇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아이가 울고 있었다. 배가 고플 울음이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친척이 왔다. 말소리는 낮았고, 어머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설명은 없었다. 보따리가 들렸다 내려갔다.
봄이는 다시 내 옷자락을 잡았다.
나는 아이의 손을 떼어냈다. 이번에는 빠르게. 손톱 아래에서 다시 통증이 터졌다. 아이의 손바닥이 내 상처를 스쳤다. 젖은 열기가 잠깐 남았다.
문이 닫혔다.
닫히는 소리가 길었다.
대문이 닫히는 소리는 무거웠다. 그 소리가 그치고 나서도 나는 한참이나 마당 구석에 서서 내 손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밤이 깊어 방 안에 혼자 앉았을 때, 나는 주머니 속에서 부러진 연필 조각을 꺼냈다. 하얗게 드러난 단면이 어둠 속에서 뼈처럼 번뜩였다. 손가락으로 그 거친 단면을 더듬자, 낮에 뒤집혔던 손톱 끝에서 다시 비릿한 액체가 배어 나왔다. 연필 가루와 진물이 뒤섞여 손바닥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 창틈으로 공사장의 기름 냄새가 밀려들었다. 이제 방 안에는 더 이상 아이의 지린내가 나지 않았다. 나는 부러진 연필을 쥔 채,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손을 이불 밑으로 깊숙이 쑤셔 넣었다. 내 손에 묻은 것은 글자가 아니라, 씻기지 않는 기름때와 동생을 밀어낸 비린 상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