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을 돌파한 불안장애

- 공황장애 기록

by 공황돼지

자신이 루저라는 증거를 수집하다 보면 확신에 가까운 지점에 도달한다. 그 후에 등장하는 증거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루저에 형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은 인간이라는 한 두 개 증거로는 뒤짚힐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자기혐오로 다져지면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눈앞에 있는 증거를 논리와 감정으로 해석하지 않는 지경 또는 경지에 이른다.


백수라서 부끄러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수치심을 감추려고 공황장애를 앞세워 핑계를 만들고 사회구조를 비판하며 합리화를 시도한다. 그래도 어차피 루저다. 핑계를 정성스레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백수의 장점 같은 것 말이다.


백수가 범죄자는 아니지만, 백수의 장점은 마치 감방생활의 장점처럼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다. 수감 생활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장점을 떠올려 보자. 우선 군대처럼 각계각층의 인간상을 접할 수 있다. 사회보다 명상과 종교를 접할 기회가 많고 규칙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이것들은 분명 장점이다. 단점이 장점을 상쇄시켜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고방식은 여러 시각 중 하나일 뿐이다. 이 구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논리를 버려야 한다. 버리는 게 있어야 얻는 게 있다고 하지 않는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뱉어 보았다. 공기는 백수를 판단하지 않는다. 특이점을 돌파한 시각은 공기와 닮아있다. 업무에 시달리지 않는다. 직장 내 따돌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갑질에 대처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다음 날 출근을 걱정하며 잠들지 않아도 된다. 100가지도 더 쓸 수 있다. 다시 말해 세상에 알려진 직장 생활의 단점 모두가 백수의 장점이 되는 셈이다.


이런 기괴한 발상이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다. 나처럼 부정적인 생각에 특화된 이들은 장점보다 단점을 쉽게 떠올리고, 그것을 더하고 빼면 마이너스일 게 뻔하다. 직장을 갖는다고 달라질까? 직장 생활의 단점을 창조해 버릴지도 모른다. 장점을 단점으로 상쇄시키는 습관은 자신을 사랑할 기회를 빼앗는다.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려보자.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수많은 단점을 알고 있음에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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