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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Dec 21. 2022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발표날

- 글쓰기 취미

 발표를 아직도 안 했어? 당연히 한참 전에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도 제출은 했지만 너무 오래전으로 느껴져서다. 통일된 주제로 브런치 북 목차를 채워가는 재미. 숙제인 듯 숙제 아닌 압박으로 글쓰기를 지속시켜준, 그뿐이었다. 수상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복권 긁는 기분이 아니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이 제발! 제발! 이라며 기도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작가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내가 무슨 작가야. 사람들이 욕하겠다!" 심한 경우는 겸손을 넘어 자기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가라는 직업이 비교적 특수한 편이라는 사실은 동의하지만 결국은 직업일 뿐이다. 과도한 상향 평가는 오만과 편견을 불러온다. 재능과 노력을 따지자면 프로게이머와 다르지 않음에도, 작가라는 직업에만 알 수 없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공자와 맹자를 작가로 분류한다면 신성시할 법도 하다. 하지만 공모전은 공자 선발대회가 아니다. 사람이 아닌 글을 평가한다. 대단한 글을 남긴 위인들이 실제로도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경우가 많다지만, 그것은 시대적 배경과 역사라는 이유가 크다. 작가라는 단어에서 '글'보다는 '사람'을 떠올리는 습관이 작가 공포증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지만 작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게임은 누구나 하지만 모두의 목표가 프로게이머는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물론 게임만 즐겼는데 프로게이머 제의가 들어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런 마인드를 "작가가 되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서 작가 지망생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라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작가를 어렵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상위에 포진해있는 작가들은 확실히 뭔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심 그들을 제외하면 작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편협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또한 약간의 오류가 있다. 축구선수를 꿈꾼다면 손흥민이나 메시 같은 인물이 목표일 것이다. 실패 확률 99.9%가 자명한데 장래희망 축구선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손흥민 정도가 아니면 축구선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작가를 꿈꾸는 동네에서는 제법 겪어본 사고방식이다.


 나는 작가라는 직업이 좀 더 친숙해졌으면 한다. 작가는 통찰이 있어야 하며 지식과 교양을 겸비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딱딱함이 싫다. 배우가 학벌이 좋다고 고평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 사회는 표면에서 인권, 평등, 자유 따위를 외치지만 속은 기본도 못 따라가는 부분이 많다. 작가를 바라보는 인식도 그중 하나고, 변하지 않는다면 신입 작가 유입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공모전 당선이나 출판 경험담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생각지도 못했다."라고 말한다. 작가들 중 자신이 작가가 될 거라고 확신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쓰고 있는 사람, 안 읽고 있는 사람까지도 기회는 있다. 자기 객관화를 아무리 잘해도 가능성을 닫아두면 될 것도 안 된다. 겸손이 미덕이라면서 자기 PR을 강조하는 세상. 작가의 문턱을 낮춰보는 자세가 오만하지만은 않은 세상이 온 게 아닐까. 다음 공모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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