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픈가 세상이 아픈가
네이버 블로그를 하던 시절 자주 다루던 주제다. 블로그 저품질, 상단 노출, 알고리즘의 약점과 서로 이웃 조작 따위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정을 외치며 그들을 비판했다. 솔직히 나는 뼛속까지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다. 비판의 이면에는 "나의 포스팅이 불합리함 때문에 노출되지 않는다."라는 속내가 있었다. 불만이 커질수록 자신보다 그들을 탓하기 시작했고, 공정한 경쟁이면 중간은 한다는 이상한 자신감도 생겨났다. 그러던 중 작은 '사건' 하나가 모든 것을 관두게 만들었다.
"내 포스팅이 공정하게 노출되면 해볼 만하지 않겠어?"
-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다 - 라는 말을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이 동네보다는 유튜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홍보와 이슈가 없음에도 영상이 기형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브런치에 적은 글 하나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적이 있다. 하루 조회수가 10,000에 육박했다. 노력의 결실! 정의구현! 어떤 댓글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쁨과 설렘은 찰나. 댓글은 2~3개 정도가 전부였다. 조회수 20,000이 넘어가는 시점에 '좋아요'는 10개도 안됐다.
지금 읽어보면 변명의 여지없이 개똥 같은 글이 맞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정도를 걸었지만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공짜 편법에 탑승했지만 '나 자신'의 상승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비판을 멈추었다. 내가 안 된 것은 나 때문이지 그들 때문이 아니었다.
엄마는 교수 아빠는 의사인 집안에서 유복한 환경을 누린 A가 의대에 합격했는데, 사람들은 A가 금수저여서 그렇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환경만 제공되면 수월하게 의대에 합격할 수 있겠냐고. 확신할 수 있겠냐고. 이것은 내가 공정을 외치던 상황과 닮아있다. 편법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더 낫다는 확신도 없는 것이다. 반칙을 일삼던 선수가 반칙을 멈추어도 - 승리는 할 수 있다 - 라는 간단한 이치를 망각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권선징악 스토리에 세뇌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브런치를 비판할 의지는 없다. 이 동네는 그나마 양반이고 SNS와 유튜브 쪽이 더 심각할 게 뻔하다. 주제로 돌아가서, 어째서 구글에 '브런치 매크로'를 검색하게 되었는가부터 시작해보자.
브런치에서 느낀 특이점은 조회수의 90%가 업로드 후 1~2시간 내에 집중된다는 것이었다. 12시간이 지나가면 거의 0에 수렴하고, 뜬금없는 불규칙 상승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게 이상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브런치 내 노출방식은 '최근 글'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납득할 만한 패턴이며 채택된 알고리즘의 특성일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부분은 '구독자 수'와 '좋아요'였다.
구독자와 좋아요, 그리고 조회수의 비율은 이상현상이 없다면 대체로 균일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브런치의 덩치를 생각하면,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 조회수 대비 구독자와 좋아요 비율이 높다는 생각이다. 조회수가 표기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알아보기가 힘들고, 자신의 조회수를 오랫동안 체크해 보아야 했다. 나의 비율을 특정한 이들에게 적용시켜보면, 조회수가 10,000~100,000 까지도 나온다. 구독자 충성도가 높은 소수는 납득한다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케이스가 많았다. 그래서 구글에 검색을 해본 것이다.
당연하게도 브런치 구독자 관리 서비스가 상단에 검색되었다. 예전에는 음지에 있어서 조사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세상이 변했다. 결제방법과 사이트를 둘러보니 합법인 듯했고, 리뷰들도 여느 상품들과 다르지 않았다. 없는 금수저를 돈으로 만드는 작업이 하나의 홍보 전략이 된 것이다.
"자신의 글이 읽히지 않는 것을 왜 참고만 있는가."
힘 있는 글쓰기라는 책에서 읽었던 문구. 한때 피드백을 바라고 여기저기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좌절만 겪었지만 그건 내 글이 너무나 부족해서였다.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글이라면 최대한 노출시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브런치의 좋아요는 꽤나 효과적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잠시 후 '연두색 반점'이 나타나고 어떤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하다 보면 자연스레 링크를 클릭한다. 또는 글을 읽어준 감사의 의미와 품앗이 개념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브런치의 좋아요 어뷰징은 자신의 좋아요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닌, '타인의 글에 흔적을 남기는 방법'을 취하는듯하다.
그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의미 없는 서로 이웃 추가를 한심하다 생각했던 사람이다. 글을 읽지 않았다면 좋아요와 댓글을 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은 장사하면 망하기 딱이다. 자신의 치킨이 최고가 아님을 알지만 최고라고 홍보하는 것이 장사다. 게다가 자기 PR시대가 아닌가. 특정인을 공격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굳이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최근의 나 역시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준 사람들의 글은 보려는 성향으로 변했다. 타인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그 사람이 내 글을 봐주기를 바란다. 소극적 적극적 차이일 뿐 사람 마음은 거기서 거기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