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나우
저 녀석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심지어 오래전에 블로그에 쓴 것을 복사 붙여넣기한 글이다. 그런데 삭제하기에는 조회수가 아까웠다. 저 글은 최근까지도 유입이 활발했고, 다른 글이 읽힐 확률을 높여준 고마운 녀석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의 가치는 조회수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한 저 녀석. 조회수가 뭐라고. 잊을만하면 의식한다.
브런치 앱에서 '브런치 나우'가 없어졌다. 브런치 나우는 글 발행 순서대로 노출되는, 말하자면 게시판 같은 구조다. 이를 두고 작가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조회수 기반이 구독이 아니라면 알고리즘의 간택을 기다리거나, 누가 봐도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브런치는 2015년 6월, 100명의 작가님들을 모시고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4만 7천여 명의 작가님들이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중 2,700여 명의 작가님이 4,200권의 출간 도서를 브런치 책방에 등록했습니다. (2021년 9월 기준)
보는 사람에 따라서 희망일 수도 절망일 수도 있다. 어쨌든 브런치 나우 이슈는 '4만 7천여 명의 작가님들'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볼멘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글이 읽히지 않는 원인 탐구도 좋지만, 읽힌 이유를 분석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 글은 정말 공을 들였는데 왜 조회수가 낮지?"
"이 글은 왜 이렇게 좋아해 주는 거지?"
브런치 통계를 들여다보면 한 번 즈음 드는 생각들. '외국인에게 욕먹는~어쩌고'라는 나의 조회수 1등 글을 분석해 봤다. 글이 올라간 2019년 후반은 코로나 방역 성과를 필두로 K-방역 같은 단어가 생겨나기 직전이다. 국뽕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점과도 맞물린다. 카페에 핸드폰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훔쳐가지 않는 것을 본 외국인 리액션 따위가 광풍이었던 만큼, 한국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제목은 관심 끌기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수개월 전 올라간 글은 선점효과까지 있었다.
조회수 상세를 들여다보면 카카오톡과 카카오뷰가 많다. 누군가 그쪽으로 링크를 긁어갔고, 알고리즘이 잘 풀렸던 것이다. 대중들은 문학적이고 의미심장한 제목보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제목을 선호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삭제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안 드는 글이었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
"알아줬으면 하는 건 다른 글인데..."
"역시 나는 소질이 없나?"
"하고 싶은 말보다는 듣고 싶은 말을 써야 할까?"
답은 꾸준함이었다. 계절 바뀌는 횟수보다 많았던 글쓰기 변심. 2019년이면 벌써 3년 전이 아닌가. 3년이면 지우고 싶은 글을 100개는 더 썼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