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점화
2차 대전 후 10여 년 동안 일부 백인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자기네 동네로 이사를 오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거라는 두려움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팔았다. 사회과학자 로버트 K. 머튼은 이를 '자기 충족 예언'의 본보기로 이용했다. 298P.
"사람들이 어떤 상황을 실제라고 규정하면 그들이 내린 결론 안에서는 그것이 실제가 된다."
- 사회학자 W. I. 토머스
자기 계발 콘텐츠에 등장하는 '성공 확언'과 닮았다. 확언은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는 '세뇌'가 아니라 고정관념 탈피를 의미했던 걸까? 정신 훈련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을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겠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판 백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부동산 지식이 아니고 고정관념 탈피였다.
책은 이어서 고정관념이 자기 충족 예언의 한 변형처럼 기능할 수 있다며 '고정관념 위협'에 대한 연구를 언급한다. 인종을 기재하라는 요구를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들과 성별을 적고 수학시험을 치른 여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여자와 남자는 똑같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데도, 왜 수학 시험에서는 남자들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여자가 그렇게 많은 걸까? 사회심리학자들이 정의하는 고정관념 위협이란 자기가 속한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실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502P.
뭐지? 어디서 본 내용인데.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에서 나온 '수학 시험'이 기억났다. 그런데 분명히 다른 용어였다. 찾아보니 '기대 점화 효과'라고 쓰여있다. "이게 지식의 네트워크 효과인가!" 독서 초보가 이런 것도 누려보고 운이 좋은 것 같다. 어쨌든 기대 점화 효과의 다른 예는 아래와 같다.
두 그룹에게 같은 학생이 쓴 에세이를 읽고 평가하도록 했다. A그룹에게는 이 에세이가 항상 최고 점수를 받는 매우 똑똑한 학생이 썼다고 설명해 준다. B그룹에게는 이 에세이가 학업이 부진한 극도로 게으른 학생이 썼다고 설명해 준다. A그룹의 모든 사람이 B그룹의 모든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내렸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288P.
이어서 점화 효과를 깨는 방법은 '인식'이면 충분하다는 내용과 함께, 성별-수학시험이 기대 점화 효과라고 인식한 여성들은 제 실력을 발휘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 번 깨진 점화 효과가 살아나기는 매우 어렵다는 언급도 있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글로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글쓰기를 하는 나의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이과가 문과보다 글 못 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그동안 쓴 글이 별로였으니까 지금 쓰는 글도 그럴 거야."
"그렇게 실패했으면서 글쓰기로도 실패를 증명하려는 거야?"
글쓰기 능력이 모자라다는 발상이 '성별-수학시험' 실험처럼 과학적 기대 점화 효과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점화효과를 깨트린 여학생들의 성적이 오른 결과는 심리적 요인이다. 배우지도 않은 수학 지식을 창조했을 리가 없다. 점화 효과 깨트리기는 80%를 100%로 회복하는 개념이다. 120%에 도달하려면 학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