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의 식물식
탄산음료 중독은 니코틴 중독만큼 강했다. 치킨을 시킬 때 치킨보다 탄산이 생각나서 주문할 정도였다. 기름진 음식과 탄산의 조합은 훌륭했다. '제로 칼로리 탄산'이 등장하자 식단에 죄책감도 줄었다. 편의점에서 코카콜라 제로를 사는 빈도가 흡연 습관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최강의 식물식>이라는 책을 읽고 탄산을 멀리하고 있다.
<최강의 식물식>에서는 FDA(미국 식품 의약국)의 허점을 지적한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미가 과학적으로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설명한다. 해로운 연관성이 발견되었지만 완벽한 증거는 아니라며 판매가 지속되는 성분과 일이 터지고 나서 번복된 사례를 제시한다. 특정 유제품 연구의 후원자가 낙농업 기업이라는 불편한 사실도 언급한다. 하지만 탄산을 멀리하기 시작한 이유는 논리적 증거가 아니다. 인공감미료에 관한 논란은 인지하고 있었고 가공식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정보는 상식이었다.
행동이 변화한 원인은 지식이 늘어서가 아니다. <최강의 식물식>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식물 섭취 비율을 늘려라.", "섬유질이 핵심이다." 이것들은 상식이었다. 책을 읽기 전 나는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차이는 독서와 학습에 있었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 노자 -
'노자'를 검색하면 나오는 말이다. '명언'을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명언을 학습하는 것만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노자의 말에 행동이 변화한 계기는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남긴 불안>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종의 기원> 서문에도 이런 표현이 있다. "다윈의 메시지는 '자연선택'이라는 간단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윈의 주장은 책의 두께가 무색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학습할 수 있다. 심지어 책의 내용은 어렵고 지루하다.
유익한 세균은 특정 유형의 섬유질을 강력한 유기물질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 유기물질을 짧은 사슬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 이하 SCFA)이라고 한다.
SCFA에는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부티르산이라는 세 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최강의 식물식>
무슨 말인지 모른다. 하지만 읽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과학자와 논문도 마찬가지였다.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학습으로 접근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학습은 행동변화를 불러오기 어렵다. 설득당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식은 좋지 않다."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다수가 교정하지 못한다. 과식을 주제로 삼은 책을 정독한다면 수 백번의 잔소리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다. 세뇌를 의미함이 아니다. '깊은 읽기'는 생각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던 시대도 그랬다. 세력의 양 끝단에 있는 이들은 독서를 많이 한 지식인이었다.
행동이 변했다는 것은 생각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바뀌지 않는다. 학습은 지식을 높여주지만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뻔한 소리에 시간 투자를 꺼려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 대립하는 것을 이해할 때 학습으로 접근하지만 대부분의 학습은 깊은 읽기가 될 수 없다.
유튜브에는 '성공'을 다루는 영상이 많다. 그곳에는 칭찬과 고마움을 표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감을 얻었다!" 그들은 정말 바뀌었을까? 대학생 때 어느 강연을 듣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강연이었는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건강 프로그램 시청도 그때뿐이다. 행동의 변화는 정보의 질과 양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명언 모음집이 효과가 낮은 이유다. 명언은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말을 남김 현자의 가르침, 즉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홍보 문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