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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도덕적으로 벌 수 있을까?"
도덕과 돈의 관계란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대체로 도덕을 포기하면 수입이 올라간다. 몇 해 전 논란이었던 '뒷광고'부터 최근 이슈였던 'AI를 이용한 콘텐츠 표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이 위법은 아니지만 도덕적 선택이 아님은 명백하다. 자신이 파는 통닭보다 옆집 통닭이 맛있는데도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통닭!"이라고 홍보한다면 도덕적이지 않은 걸까? 도덕을 버리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있다. 그들에게는 순수한 열정과 몰입이 있다. 운도 있다. 하지만 도덕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애초에 돈이 오가는 환경에서 도덕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것 아닐까?
순수한 열정. 나에게도 그런 게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몰입했던 시절이 있다. 1일 1포스팅을 1년 이상 지속한 기간도 있었다. 사이버 향수라도 느끼려고 버렸던 네이버 블로그를 방문했다. 비공개 포스팅까지 포함하면 737개다. 한창 블로그에 매료되었을 시기에 '블로그 마케팅 붐'이 시작됐다. 잘 나가는 블로그는 아니었지만 저품질 블로그는 아니어서 '대가성 리뷰'의 유혹이 잦았다. 이웃 중 몇몇이 광고성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지만 타협하지 않았다. 요즘 시각으로 보자면 정당한 홍보였고 나 역시 동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때에는 '인플루언서'나 '체험단'같은 개념이 없었다. 홍보글을 올리는 블로거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블로그는 상업화되면 안 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그 밑에는 도덕적 판단이 있었다. 왜냐하면 소통, 즉 인간관계를 돈벌이로 이용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요즘 블로그. 다시 말해 수익형 블로그에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태생부터 소통이 아닌 수익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과도기에 있었던 것이다. 수익만 놓고 보면 나의 선택은 틀렸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당시에는 홍보성 포스팅이 도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선택을 시대에 뒤떨어진 감각이라며 조롱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당시 맛집 포스팅 반 이상은 대가성 홍보(뒷광고)였다. 제품 리뷰 규정도 없었고 '내돈내산'이라는 표현도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감각이란, 정상적인 홍보조차 부정적으로 봤던 고지식함이지 양심 없는 선택을 옹호하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아쉽지만 이 또한 나의 도덕적 판타지다. 실제로 고수익을 낸 블로거는 선을 넘은 사람이 많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을 전전하던 시절에도 도덕이 발목을 잡았다. 내향적인 나는 리액션이 없는 편이다. 아프리카 TV에서 게임 방송을 하다가 5천 원을 후원받은 적이 있다. 그 유명한 별풍선을 50개나 받은 것이다. 그때 미친척하고 거짓 리액션을 과시했다면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국뽕 콘텐츠의 존재를 일찍부터 알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도저히 만들 수가 없었다. 최근 블로그 경향도 그렇다. chatGPT를 활용한 포스팅 찍어내기도 도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선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 떠오른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어떻게 먹고사니?" 풍족하지 못한 탓이 도덕이라는 말은 비약이다. 하지만 없는 소리도 아니다. 그래서 "돈을 도덕적으로 벌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나는 돈도 안 되는 포스팅을 어떻게 737개나 했을까? 인터넷 방송은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1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데 20시간도 더 걸렸다. 하지만 즐거웠다.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는 수익이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순수함이 있었다. 당시 자료들은 남아있지 않다. 버렸던 네이버 블로그가 유일하게 남은 순수한 기록이다. 포스팅 몇 개를 읽어봤다. 지우고 싶은 글도 있었지만 가치 있는 사색도 많았다. 문장이 부실한 것은 당연한데, 의식의 흐름은 지금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뭔가 억울했다. 혼자만 순수하면 발전이 없는 것일까? 심지어 지금은 즐거움도 덜하다.
블로그를 살려보고 싶어졌다. 티스토리 블로그도 만들었다. 레드오션에서 수익을 기대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도덕적 선택이 틀렸다는 억울함을 해소하고 싶다. 즐거움도 되찾고 싶다. 정의구현보다 자존감 회복을 꿈꾼다. 편협했음을 인정한다. 브런치에 도착한 이유도 도덕 안전지대를 찾다가 떠밀려 온 셈이다. 고이면 썩는다. 조금만 더러워도 박차고 나간다면 설 자리가 좁아질 뿐이다. 블로그에 방문하길 잘했다. 무식해서 용감했다. 그곳에는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결핍된 영역이 있다. 글쓰기 플랫폼이기 때문에 스스로 의식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블로그라면 썼을 법한 주제를 망설이다 쓰지 않지 않은 적도 있다. 사진과 영상이 어울릴 법한 글은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브런치는 본진이다. 브런치를 하지 않았다면 독서도 없었고 이 글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작은 즐거움이 싹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