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던 한국 남자들

- 스미마셍 -

by 공황돼지

일본에 있을 때 만났던 한국 남자들 이야기. 시기는 2011~2012년. 시간이 참 빠르다. 2011년은 동일본 대지진이 있던 해다. 그리고 카라와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한류 열풍이 한창이던 때다. 일본 내 한류 반대 목소리가 터지기 직전이었으니, 다르게 표현하면 한류가 정점을 찍었던 때다. 나는 운이 좋았는지 한국인 이미지가 가장 좋을 때 일본에 갔다.


신오쿠보에는 문화교류와 언어 습득을 위한 공부회(勉強会)라는 모임이 많았다. 일본인은 20~30대 여성이 90% 이상이었고, 한국인은 남성이 70%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언뜻 보면 단체미팅 분위기다. 실제로 그곳에서 탄생한 한일 커플도 많았고, 애초에 그것을 목적으로 참여하는 이가 많았다. 꼭 연애 상대가 아니라도 한류에 빠진 일본 여성들에게 한국 남성은 호기심 자체로 충분했다.

일본 여성이 말했다. "한국 남자는 전부 이병헌이나 장동건 같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일본 여성은 한국인 남자 친구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한국 남자들은 자상하고 남자답다."라고 답했다.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다시 물었다. "한국 남자들은 매일매일 연락하고 이벤트도 해주고 리드를 잘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일본 남성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사귀고 있어도 연락을 자주 하지 않고 스킨십이나 연애에 관한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그랬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면이 있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단정 지을 수는 없겠다.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을 때 만난 한국 남성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대학원생이었다. 쉬는 시간. 그는 내 얼굴과 함께 온 친구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씩"웃으며 말했다. "나 봐, 여자 친구 있을 것 같아?"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나 같이 생긴 애도 일본인 여자 친구 있어. 사귀기 엄청 쉽거든? 너희들도 꼬셔봐" 그랬다. "나도 못생겼고 너희들도 못생겼지만 일본에서는 통한다!"라는 의미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와 사귀고 있는 일본인 여성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을 선호하는 이면에는 '잠자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여성이 쉽다는 뜻은 아니다. 연애 가치관이 다를 뿐 내가 봤던 일본 여성은 한국보다 보수적이었다. 일본은 연인이라는 관계에 '잠자리'를 자연스럽게 포함시키고 있었다. 조금 과장하면 '사귀자 = 잠자리를 허락한다'라는 의미였다. 한국은 사귀기 시작해도 잠자리까지 이런저런 과정이 필요한데 일본은 그런 것이 없었다. 대략적인 느낌일 뿐 일본도 하루살이 엔조이는 많았다.

한국과 일본은 '매력의 기준'도 달랐다. 한국인 눈에만 매력적인 일본 여성도 있다. 예를 들어 목소리가 그랬다. 일본인 친구와 식당에 갔을 때 매력적인 일본인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보였다. 특히 목소리에 애교와 귀여움이 가득했다. "저 사람 어때? 저런 스타일 일본에서 인기 많나?" 일본인 친구는 아르바이트생을 슬쩍 쳐다보더니 "평범."이라고 답했다. 내가 연애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아르바이트생이 한국에 간다면 1일 1 고백받기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평범이라니? 일본 여성이 한국 남성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남성에게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일본 여성도 많다.

일본에 있는 한국 남자들은 바람피우기도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해외'라고 해야겠다. 해외에 나오면 모든 대인관계가 초기화된다. 예를 들어 일본인 A, B에게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더라도, 일본 내 인맥 수준이 유치원생인 한국 남자는 걸릴 확률이 낮다. 그리고 한국에 두고 온 여자 친구에게 A와 B의 존재가 알려지기란 더더욱 어렵다. 한국에 여자 친구가 있지만 일본인과 사귀는 한국 남성을 수도 없이 봤다. 분명 바람은 나쁜 것이고 정당화할 수 없다. 하지만 유혹 수준이 생각보다 10배는 강한 것도 인정한다. 유학 간 남자 친구가 바람피우지 않는다면 괜찮은 남자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바람을 피웠는지 어쨌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친한 일본인 여성에게 물어봤다. "남자 친구가 정말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어때?", "음... 한 가지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일반화는 위험하지만 일본 여성은 '순종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동서고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다. 그런데 일본은 '복수'라는 가치관이 제법 날카롭고, 그것은 남녀관계에도 있다. 일본에 황혼이혼이나 졸혼이 많이 보이는 현상이 그런 것 아닐까. 가끔 일본인 여성과 교제하던 한국인 친구가 너무나 갑작스레 차이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까.

개인적으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궁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 요구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아귀가 맞는다. 문화 차이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크지 않다. 거리도 가깝다. 일본에서 시행된 설문조사 '결혼 상대로 원하는 남성 국적'에 한국 남성이 1위를 했다. 지금도 1위인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일본 여성에게 적극 대시하라며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시작은 유리할지 몰라도 한발 더 들어가면 한국 연애와 다를 것이 없다. 핵심은 국적이 아니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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