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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Feb 17. 2024

짧게 읽는 마케팅과 도덕

- 실력 vs 도덕적 해이

광고와 도덕

 사회 심리학 실험이 있었다. 한쪽에는 카메라 성능의 주요 정보 5개(랜즈 규격, 화소 등)를 적어 두었다. 다른 쪽에는 관련이 적어 보이는 정보 8개(색상, 끈의 길이 등)를 적어 두었다. 상당수의 참가자가 8개 정보가 기입된 카메라를 선택했다. 사람은 정보의 질보다 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쇼핑몰 상세 페이지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는 광고의 목표를 "구매 행위로 줄일 수 있는 불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기술>에서는 다이슨 선풍기를 언급한다. 다이슨 선풍기의 특징은 날개가 없는 디자인이다. 다이슨 웹사이트의 설명에 의하면 기존의 선풍기는 날개가 만들어내는 일정하지 않은 공기 흐름이 있다고 한다. "날개 없음! 진동 없음!"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한다. 광고주는 소비자에게 인위적인 결손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그것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는 그동안 일정하지 않은 바람을 쐬고 있던 희생자였던 것이다. 결손을 줄이는 비용은 아래와 같다.


다이슨 선풍기 가격


 아파트 광고는 평범해 보이는 가족이 등장하여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특별하다고 여겼던 것을 당연스럽게 말하면, 내가 당연한 것에서 동떨어진 사람이었나?라는 결손을 자극한다. 나의 피부가 안 좋은 이유는 그 화장품을 사용하지 못한 결손이며, 우리 아이 키가 작은 이유도 그 약을 복욕하지 않은 결손이다. 10대에게 아이폰이 필수가 되어가는 현상도 그렇다. 갤럭시를 노인폰이라 말하는 바이럴은 아이폰이 없는 10대에게 결손을 주었다.



기업과 도덕

 1901년 캘리포니아 리버모어의 한 소방서에서 전구의 스위치를 켠 이래로 100년 넘게 켜져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었다. 전구의 수명이 100년을 넘었다고? 1950년대 전구 제조업자들이 모여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전구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 전구 수명을 제한했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전구의 수명이 짧아진 것이다.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에 의하면 제너럴 일렉트릭, 필립스, 오스람 등 누구나 알만한 기업이 주범이다.


https://allthatsinteresting.com/centennial-bulb


 핸드폰은 어떨까?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수동적이고 순종적으로 유지하는 영리한 방법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견해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 안에서 아주 활발한 토론을 허락하는 것이다." 우리는 핸드폰의 수명을 3~4년으로 제한하고 그 안에서 튼튼하네 약하네 열띤 토론을 벌인다. 수천만이 똑같은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케이스의 디자인 선택을 무한한 자유인 것처럼 여긴다.



실력 vs 도덕적 해이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면서 대기업 입사를 갈망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딜레마다. 금융 용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이 상품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게 하기 위함이다. 통신요금이 복잡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은 '양ㅇ치'소리를 들으면서도 승승장구한다. 하청업체와 노동자를 착취하고 폭리를 취하더라도, 고객에게 상품을 싸고 빠르게 제공하기만 한다면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 포퓰리즘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중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실력일까 도덕적 해이일까? 소시오패스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인정하는 동시에 '악'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말 그대로 딜레마다.


"SNS가 사람 죽인다."라는 말도 화제가 되었다.


페이스북의 창업주 저커버그의 사과가 화제다. 나는 저커버그가 부도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대단히 높은 도덕관을 지녔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 믿는다. 기업들은 합법, 표현의 자유, 비용문제를 거론하며 도덕적 책임을 회피한다. 돈도 안 되는 도덕을 위해서 비용을 지불한다? 이러한 관점은 노블레스오블리주를 개입시켜 정치적 양상을 보인다.


 고도화된 법치주의와 인권은 '책임'을 약화시켰다. 과거의 기득권은 악랄했지만 상응하는 책임이 있었다. 잦은 전쟁으로 죽임을 당했고 권력을 빼앗기면 광장에서 목이 잘려나갔다. 오늘날 기득권의 책임은 사퇴와 벌금형이 대다수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이 경쟁에서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도덕적 기업을 응원하려고 더 비싸고 불편한 제품을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SNS는 인생낭비라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SNS를 하고 있는가? 현대사회의 노블레스오블리주는 한쪽만의 책임이 아닌 것 같다.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어떤 형태로 폭발할지 모르겠지만 규모가 작지는 않을 것이다. 나 같은 개인은 목소리를 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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