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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Feb 28. 2024

독서 142 권째

- 138~142

138

<넷플릭스 세계사> - 오애리, 이재덕

 역사에 흥미가 붙어서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려웠다. 넷플릭스의 심해에는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있다. 다큐나 제3세계 작품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넷플릭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제목에서 '넷플릭스'를 뺀다고 하더라도 무리가 아니다. 넷플릭스 시청 시간과 이 책의 난이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머리말에도 넷플릭스와 특별한 관계는 없다는 언급이 있다.


넷플릭스 세계사



139

<인지과학 실험실> - 김효은

 다루고 있는 주제에 비해서 분량이 적은 느낌이었다. 키워드는 '인지과학'과 '실험'이지만 철학적 사유를 유도한다. 우리가 보는 세상만 진짜일까? 세상은 다양한 얼굴이 있다고 과학이 증명했지만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벤험 디스크가 인상적이어서 유튜브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인간이 좀 더 겸손한 생물이었다면 벤험 디스크를 신기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단 영상을 재생 중 정지해 보면 알겠지만 색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해석이 변할 뿐이다.

Benham's Disk Illusion



140

<인간의 흑역사> - 톰 필립스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주제도 흥미롭고 작가의 센스도 좋다. 역사는 팩트가 중요하다 말하지만 나는 작가의 해석도 필요하다고 본다. 작가의 의견이 없으면 읽는 재미가 없다. 팩트만 원한다면 인터넷 검색과 백과사전이 낫다. 여러 작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교차검층을 해보는 것도 재미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논란을 보면 느끼는 게 많다. 역사적 팩트는 다양한 해석이 필수다. 대부분의 학문은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지만, 역사의 원인은 다른 사건의 결과이며 또 다른 사건의 원인이다. 목적을 갖고 편집하면 그럴싸한 이야기가 된다. 언제부턴가 '팩트 = 정의'라는 공식이 자리를 잡았다. 편집된 이야기는 팩트로 가득하다. 팩트를 숭배하지 말자. 편집된 팩트는 세종대왕도 나락으로 보낼 수 있다.


인간의 흑역사



141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 경조울

 나름 서평 비슷한 것도 썼다. <우울증이 아닐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울증을 떠올리면 2형 양극성 장애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책을 읽으면 대화가 풍성해진다는 말이 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우울을 호소하는데 대화의 소재가 늘어날 것 같다.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142

<살려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이다. 내가 좀 특이한 경우인지 모르겠다. 후속작을 안 보면 전작을 읽었던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아깝다.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그런 걸까? 어쨌든 재미는 있었다. 화자가 전작에 나왔던 조연인데 의외의 전계였다. 스릴러치고는 깊이가 있었다. 소설 속 한 장면을 남겨본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지. 바로 관찰자와 몽상가란다. 비록 내 책은 사실주의에 기반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몽상가에, 관찰자 기질이 살짝 가미된 사람이야. 세상에는 나 같은 작가들이 굉장히 많아. 순수하게 훌륭한 관찰자 쪽에 속하는 작가들이 소수에 속해. 존 업다이크 같은 사람 말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관찰자이지. 반면에 몽상가적 기질은 영 꽝이고."


(중략)


"판타지 작가들은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은 나쁜 관찰자라고 생각하는데, 괜찮은 예가 뭐가 있더라...... 아, 이건 어떠니? 네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어쨌든 릴, 네가 좋아하는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말이다. 온통 상상력에만 의존하고, 관찰자로서는 끔찍한 사람이지."


"그렇게 생각해?"


"아, 그럼. 그녀는 자신의 플롯에 빈틈이 없는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그렇다고 해도 전혀 문제는 없지만 말이다."


"흠."


"내 말 믿어라. 그녀는 아마 실제 삶에서도 똑같은 사람일 게다. 만약 네가 산책 중에 애거서 크리스티를 만나게 된다면, 그녀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 거야. 그저 살인 플롯을 짜내는 데 골몰하고 있겠지. 우리는 모두 타고난 대로 사는 법이야."


죽여 마땅한 사람들, 살려 마땅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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