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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Feb 14. 2024

우울증이 아닐 수 있다.

-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우울증이 아닌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을 수도 있다. 양극성 장애는 '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정신질환이다.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는 모두 기분장애에 속하고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두 질병 모두 우울이 나타나지만, 양극성 장애는 조증이나 정도가 더 약한 경(輕)조증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조증이 심한 경우를 1형 양극성 장애, 경조증과 우울 삽화가 두드러지는 경우를 2형 양극성 장애라고 한다. - 경조울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은 과포화 상태인 불안 우울 카테고리 안에서 신선한 주제였다. 2형 양극성 장애에 관한 정보가 적어서 직접 썼다고 한다. 1형은 조증으로 주목받고 2형은 우울증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2형 양극성 장애가 많다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 제목을 활용했다.


과하게 찬란하고 가끔 우울한 - 1형 양극성 장애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 2형 양극성 장애

찬란하지 않고 자주 우울한 - 우울증




우울증이 아니라 2형 양극성 장애면 뭐가 달라져?

 최근 5~10년 사이 공황장애, 우울증, 조현병, 성인 ADHD 등이 미디어에서 유행처럼 소비되었다. 대중의 사전 지식수준은 높아졌지만 일반화가 생겨났다. 복잡한 정신질환을 두통-타이레놀처럼 단순화시킨 것이다.


"나 우울증이네. 2주 이상 지속되고 있어. 확실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는 다른 질환이다. 증상이 비슷하니 오진도 많다고 한다. 의사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실험에서 밝혀졌듯 정신질환 판별은 정확하기가 힘들다. 환자 자신이 병원에 가기 전부터 우울증이라는 확신을 갖고 상담에 임하면 의사도 구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확증편향은 무의식 속에 쌓여있던 우울증 정보만 고백한다. 문제는 우울증과 2형 양극성 장애에 처방하는 약이 다를뿐더러 환자가 자신의 병을 잘못 이해하여 치료를 더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차피 두 질환 다 우울이 나타난다면, 어느 쪽으로 진단받아도 항우울제만 제대로 복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몹시 중요하다.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잘못 처방하면 증상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양극성 장애는 항우울제보다는 기분조절제 계통의 약물을 써야 하며, 우울증에 비해서 재발이 잦기 때문에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 경조울




1.

 2장에는 저자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과 시행착오가 담겨있다. 나는 '고기능 우울증 환자'에 눈이 갔다. 저자는 의사다. '연애'라는 글을 보면 외모도 준수한 것 같다. 해답은 아니었지만 저자는 지식화, 워커홀릭, 연애 등을 성취하며 견뎠다. 하지만 대다수의 환자는 고기능이 아니다. 학업과 연애로 자존감을 채우려 할 때마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일반적인 2형 양극성 장애 환자는 '가끔 찬란한' 경조증 시기마저 우울한 경험을 할 것이다. 과정은 다르지만 저자가 걱정하는 사태에 부합한다. 2형 양극성 장애가 아니고 우울증이라고 믿는 것이다.


2.

 양극성 장애는 바이럴에 유리한 정신질환으로 판단된다. 인생이란 상승과 하강의 연속이다. 누구든 잘 풀리는 시기에는 정신 건강이 좋고 안 풀리면 나빠진다. 성인 ADHD가 알려지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정신과 전문의 인터뷰를 보았다. 특정 정신질환의 유명세는 양면성을 지닌다. 편견을 감소시키는 한편 병증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경미한' 환자의 비중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양극성 장애는 그 특성상 걱정이 앞선다.


3.

 개인적으로 특별한 독서였다. 필명 경조울은 구독 중인 작가다.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눌러본 브런치 작가의 책. 브런치에서 읽었던 내용 일부가 책에도 있어서 신기했다. 출판 전에 올려둔 출판과정도 읽어서인지 뭔가 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작가 경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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