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지상 최대 웹소설 공모전
설레발 수식어가 아니고 공모전 이름이 <지상 최대 웹소설 공모전>이다. 그렇다고 허세는 아니다. 해당 공모전은 네이버와 문피아가 주최하는 명실상부 국내 1순위 공모전이다. 오늘 5월 8일 오전 10시부터 출품이 시작되었다. 10시 30분 즈음 500편 가까운 작품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오후 4시 1000편이 넘어서고 있다. 웹소설은 보통 1화당 공백 포함 5천 자를 기준으로 한다. 다시 말해 6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500만 자 이상이 업로드된 것이다. 독자보다 작가가 많다는 말이 납득될 정도다. 당연히 합리적인 분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초반은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운과 기존의 팬, 그리고 전략에 의해 순위가 좌우된다.
공모전이 시작되고 1시간 후, 오전 11시부터 '참가작 실시간 베스트'가 갱신된다. 11시 1위의 조회수가 200이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 오후 4시 1위의 조회수는 1459다. 실시간 베스트에는 200위까지만 표기된다. 200위 안에 들어있지 않은 작품, 즉 800편 가까운 작품들은 검색하지 않는 한 접근조차 어렵다. 따라서 공모전의 핵심은 실시간 베스트에 들어가냐 들어가지 못하느냐다. 일단 랭킹에 들어가면 최소한의 조회수가 보장되므로 순위가 급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버틸수록 누적 조회수가 쌓여서 후발주자 견제에도 유리하다. 공모전의 초반 분위기는 필력보다 전략 싸움에 가까운 것 같았다.
첫날에는 5화까지 업로드가 가능하다. 5화를 분산시켜 노출시킬 것인가. 아니면 초반에 4~5화를 뿌려서 랭킹에 진입할 것인가. 글만 잘 써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양질의 작품이 선택받을 거라는 믿음은 반만 맞는 것이다. 편법을 쓰자는 말이 아니라 글 외적인 요소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날부터는 하루 두 편으로 업로드가 제한된다. 자신의 타깃 독자가 학생이라면 점심시간과 하교시간을, 직장인이라면 퇴근 시간과 심야를 노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홍보 역시 각자의 역량이다.
200위의 조회수는 20이 조금 넘는다. 지인 찬스와 개인 홍보를 이용하면 누구나 초반 순위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모전 후반에 접어들면 교통정리가 되겠지만 초중반에 낙담하여 기권하는 작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이디를 클릭하면 전작들을 볼 수가 있는데 유료전환 경험이 있는 작가가 많다. 기성작가는 팬들이 보러 와주기 때문에 신인작가는 경쟁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헤밍웨이가 참가해도 순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감성적인 작가들은 조회수 0~5인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빠르게 포기하기도 한다. 공모전이 전부가 아닌데 안타까운 현상이다. 꾸준히 쓰라는 말은 성실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시작했으면 완결을 내라는 책임 여부도 있다고 생각한다.
해묵은 논란이긴 한데 직접 조사를 해봤다. 확실히 '양산'이라 불리는 중하위권 작품은 문장부터 엉망진창인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상위권 작품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웹소설의 규격을 따랐을 뿐 필력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웹소설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 사이에 '회귀', '이세계', '악역영애' 같은 수식어가 밈처럼 노출됐던 탓이 커 보인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미사여구와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는 문장만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속도감 있게 독자를 몰입시키는 문장에도 필력은 필요한 법이다. 웹소설이 순문학만큼 깊이가 있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수준을 지적할 정도는 아니었다.
웹소설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속도다. 대부분의 웹소설 작가는 주 5일 연재가 가능하다. 회당 최소 글자수가 5 천자니까 한 달에 12만 자를 쓰는 셈인데, 이것은 책 한 권 분량이다. 내가 독서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한 달에 한 권씩 출판하는 작가는 본 적이 없다. 독자보다 웹소설 지망생이 알아두어야 할 포인트다. 글을 뽑아내는 속도가 작품의 질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5~7천 자 기준 최대 6시간 안에는 써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3~4시간을 평균으로 잡는 것 같다. 자신이 웹소설 작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하루 3시간만 일하는 사람과 9시간 일하는 사람의 삶의 질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더불어 건강문제도 따져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글을 잘 쓰더라도 주 3회 연재가 벅차다면 웹소설 작가는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필력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마다 100M 달리기와 마라톤에 특화된 재능이 제각각인 것처럼 기질의 문제일 뿐이다.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순문학이나 투고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농구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축구를 해도 어느 정도 성과는 나온다. 그런데 축구보다 농구가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면 그러한 선택을 했을까? 쉽지 않은 결정일수록 빠른 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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