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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시대의 창작 Mar 01. 2019

VR 심리치료 시스템 개발을 위해 고려할 사항   

우리가 개념 정리상 현실과 완전히 차단된 독립된 가상환경을 VR, 현실영상 위에 3차원 정보를 덧붙인 것을 AR이라고 부르지만, 이제는 MR, XR 등의 용어들이 생기면서 그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시피 VR과 AR에 활용되는 기술은 거의 비슷하다. 특히 최신 VR 기기들에 사물인지나 위치인식 장치를 부착하게 되면서 이제는 기술적으로 더욱 유사해지는 것 같다. 이런 VR 기기들은 가상현실 체험 시 주변 사물들에 부딪일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며, 다자가 참여하는 공간형 게임을 즐길 때도 여러 사람들과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거기 더 하여 디지털 트윈 및 블록체인, AI 등의 기술과 융합되면서 스마트공장 등을 관리하는 장치로 활용되기도 하고, 새로운 방식의 SNS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단순한 게임으로만 여겼던 VR이 생산적 도구이자, 소통의 도구로써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정신질환 개선을 목적으로 한 VR 심리치료도구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 진단, 예방에 VR을 활용하고 있다. 미 정신의학회(APA)에서는 VR이 정신치료 툴로 유효하며 특히 노출치료(exposure therapy)에 활용 시 효과적이라고 파악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VR를 심리학적 치료를 위한 도구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많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VR를 심리치료의 도구로 개발해온 역사가 20년 이상 되었다. 그리고 이미 그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회사들이 Virtually Better(미국), Psious(스페인)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들이 아직 큰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미래산업으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잠재수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6.7월~`16.11월간 삼성서울병원에 의해 조사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5.4%이다. 평생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년 유병률은 11.9%로 지난 일 년 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10중 1명이다, 이는 470만에 이르는 숫자이다. 정신장애는 크게 알코올사용장애, 니코틴사용장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으로 나눠진다. 그러나 이들 중 겨우 22.2%만이 일생 중 한 번 이상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는 정신과 상담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현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과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22.2%란 수치는 `11년에는 15.3%었던 서비스 이용률이 6.9% 정도 증가한 것이다. 필자의 주변에서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상담을 받고 있다고 당당하게 종종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누구나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이나 유전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정신적인 불편감을 갖게 된다. 다만 이것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면 치료를 받아야할 증상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리치료에 대한 인식개선됨으로 인해 심리상담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일로에 있으며 이에 따라 현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 유병률은 작게 나마 감소하고 있다.

둘째, 가상현실 기기가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하이엔드 VR 기기를 구입하고 이 기기를 지원할 하이엔드 PC를 구입하는 데 있어 대략 250~300만원 정도가 들었다. 그러나 최근 하드웨어 개발사들이 PC가 필요없는 스탠드 얼론 제품들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앞으로 2~3년에 나올 기기들은 더욱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높은 성능을 갖게 될 것이기에 VR 기기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가로막는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임상실험에서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스쿨 불링, ADHD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또 몇 가지 콘텐츠는 상품화되었으나 아직까지 활발히 판매되지는 않고 있다. 또한 고소공포증 및 비행공포증, PTSD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시장에 출시된 콘텐츠서비스는 많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몇 가지 타당성이 있는 근거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VR은 통제된 자극 환경이라고 불릴 만큼 공포스러운 자극에 둔감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담자가 스스로 구매해서 자가치료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비록 그것이 점진적으로 낮은 단계부터 체험하도록 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내담자가 스스로 진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심리치료자가 VR 시스템 활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심리치료자의 상담능력 즉 공감능력과 지지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현재 기술의 VR은 이 상담치료를 돕는 보조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 교수 출신이 개업한 옥스포드 VR의 경우 자동화된 고소공포증 치료도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2017년 약 40억 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내담자의 도전를 지지하고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관찰자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소공포증과 같은 특정 공포증 치료는 이로 인한 부정적인 후유증 유발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치료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없는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VR 심리치료와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둘째, PTSD와 같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는 각자가 겪은 트라우마 경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맞춤형 트라우마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개발된 콘텐츠와 시스템도 참전군인이나 경찰과 같은 고위험직업군에 대한 도구들이 먼저 개발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비교적 경험하는 트라우마 경험이 유사하기 때문에 적용대상이 비교적 넓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전군인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했던 USC의 Skip Rizzo 교수에 의하면 무려 14개의 시나리오와 콘텐츠를 개발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이렇게 내담자들이 자신의 경험이라고 느낄 맘큼 공감된 시나리오를 개발하려면 그만큼 깊이 있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콘텐츠로 개발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심리적 고위험직군을 위한 콘텐츠 개발도 쉽지 않은데 일반들의 개인적인 트라우마 경험을 맞춤화하여 제공해주기는 더욱 어렵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와 같은 비교적 쉬운 콘텐츠로 시작해야 하며, 이런 VR 콘텐츠와 시스템을 활용해서 내담자를 계속해서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전문적인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심리치료자를 위한 VR 시스템 활용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PTSD와 같은 비교적 복잡한 콘텐츠는 소방관이나 경찰관과 같은 심리적 고위험직업군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다. 다만 이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시장성의 부족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셋째, 내담자마다 느끼는 공포의 대상 또는 트라우마 유발 대상이 다른 만큼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저작도구가 필요하다. 또한 이것들을 다룰 사람들은 심리치료자들이기 때문에 다루기 쉬워야 한다.


[참고자료]

"성인 4명 중 1명, 평생 1번 이상 정신질환 겪어",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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