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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시대의 창작 Mar 02. 2019

자가 VR 노출치료 가능한가?

학계에서는 VR 노출치료 콘텐츠를 VRE(virtual reality exposure) 또는 VRET(VRE + therapy)라고 부른다. 전자는 단순한 노출이고, 후자는 노출치료요법의 개념이다. 그렇지만 VRET은 VRE를 활용하는 상담치료요법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단순히 치료에 사용되는 VR 콘텐츠나 시스템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전문 치료자의 통제가 있어야 완전한 치료요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VRE 시스템이 심리치료자격을 갖춘 이들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의 Virtually Better사는 자신들의 VR 시스템을 홍보하는 웹사이트에 '자격을 갖춘 정신건강 전문가용, 자가치료용 도구가 아님(qualified mental health professinals and not designed to be used as self-helf tools)'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AppliedVR은 자신들의 시스템을 '임상적 환경을 위해 디자인되어있다(designed for the clinical environment)'고 언급하고 있다. 스페인의 Psious 또한 자신들의 플랫폼은 '정신건강 전문가(mental health professinals)에게 공급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VR 노출치료를 사업화하고 있는 회사들도 VRET가 불안을 유발하는 심리적 자극을 주는 전문치료도구로 보고 있으므로 이를 통제할 심리치료 전문가가 함께 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이나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통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상노출이나 실제노출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노출치료요법나 VRET 모두 감성적 몰입(emotional engagement)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이 잘 진행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심리치료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1]. 흔히 VRE를 활용하면 사실적인 3차원 그래픽 때문에 좀 더 쉽게 감성적인 몰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실이 아닌 듯하다. 상담치료자의 도움으로 내담자가 충분히 트라우마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누군가가 만들어준 3차원의 그래픽 환경보다 훨씬 더 감성적인 몰입이 잘 될 수 있다.  다만 트라우마로 인한 해리(망각)으로 인해 상상노출이 불가능할 경우, 또는 심리치료자와 함께 트라우마 상황을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살펴보고자 할 경우, 또는 내담자를 원활한 통제하에서 트라우마 상황에 노출시키고자 할 경우에 VR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반면에 자가치료의 가능성을 검증한 한 가지 임상실험과 자동화된 치료 콘텐츠를 개발한 비즈니스 사례가 있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소공포증이나 발표불안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스웨덴과 덴마트의 연구자들이 발표불안에 대해 치료자 주도적 VR 노출 치료와 자기 주도적 VR 노출 치료를 비교한 실험을 실시했다[2]. 이 때 사용한 HMD는 전자의 경우 삼성 기어 VR를 사용했고, 후자는 구글 카드보드 헤드셋을 사용했으며, 모두 공동적으로 'VirtualSpeech'라는 기성 스마트폰 앱을 사용했다.  그 결과로 두 경우 모두 큰 폭의 자가 보고된  불안감소(d = 1.35)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6개월 후, 그리고 12개월 후에도 유지된 상태로 있거나, 더 감소되기도 했다. 이 실험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VR  HMD와 기성 스마트폰 앱으로도 VR 노출치료가 가능하며 자가 치료가 가능함이 증명되었다. 옥스포드 대학의 스핀오프 기업인 옥스포드 VR은 효과적인 고소공포증 치료용 VR 노출치료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가상의 치료자가 등장하는 VR 노출치료 콘텐츠를 개발하였다[3] . HMD를 착용한 후 모든 치료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실제 치료자가 없이 집에서 스스로 치료를 실행할 수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심한 고소공포증 환자의 경우 높은 장소에서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격려해주지 않는다면 노출치료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기에 치료 실패의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노출치료는 환자에게 점진적 불안자극요소를 제시하여 이에 대한 불안을 둔감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치료전문가에 의해 설계된 콘텐츠를 세심한 관리와 통제하에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표불안이나 고소공포증의 경우와 같이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 제한적인 자가 노출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자료]

[1] Reger 외 5명,  Does virtual reality increase emotional engagement during exposure for PTSD? Subjective distress during prolonged and virtual reality exposure therapy,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2019

[2] Lindner 외 7명, Therapist-led and self-led one-session virtual reality exposure therapy for public speaking anxiety with consumer hardware and softwar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2019

[3] https://oxfordvr.org/projects/fear-of-he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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