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경험이 만드는 가짜 기억
360도 VR 영상과 일반 영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VR이 만드는 가짜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을 간접 경험으로 여긴다. 그러나 'VR'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좀 더 직접적인 경험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그리고 다양한 감각을 제공하는 햅틱 디바이스들이 더해지면 실감과 가까운 수준의 체험을 통해 가짜 기억을 만드는 기억조작이 가능할 수도 있다.
기억이란 사실 뇌에 전달되는 여러 신경적 자극들을 기록한 것이고 이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시각이다.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가짜 기억을 만들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가상 현실에서 사실에 가까운 통합적인 자극을 제공한다면 조작된 기억을 가공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BBC에서 방영되었던 고무손 실험을 살펴보자. 실험대상자에게 고무손만을 볼 수 있게 한 상태에서, 숨겨진 왼손과 고무손에 동일한 자극을 동시에 가했을 때 그는 고무손을 자신의 손으로 착각하게 된다. 아니러니하게도 피실험자도 실험의 의도와 설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가짜손을 가짜로 지속해져 인지하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시각과 어울어진 통합적인감각이 주는 착각을 진실로 받아드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실험을 주도했던 Lawrence Rosenblum 교수는 이것을 신경가소성(neuroplasticiyt)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험결과를 통해 가정해 보면 통합자극이 사실에 가까워 질수록 기억까지 조작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USC의 Skip Rizzo 교수는 가상현실에서 보여주는 가짜손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경우(그래픽의 수준에 상관없이) 사용자는 그 가짜 손에 적응하게 되고 2분 정도 내에 자신의 손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시각만 가지고 실험을 했을 경우 어른들은 자신들의 이성과 감각적 경험을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을 구분해 내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현실 실험에서 대상자들은 가상현실 영상을 자신들이 실제로 경험한 것으로 기억했다고 한다. 조금은 다른 실험이지만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기억력 실험에서도 가상현실이 일반 영상에 비해 기억력을 8.8% 정도 더 높인다는는 실험결과도 있다. 시각만을 활용한 VR 영상도 어른들의 기억력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험자들은 그 이유를 가상현실이 일반 모니터 스크린에 비해 더욱 몰입적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이렇듯 현실과 가상의 착각을 유발할 수 있는 가상현실은 커다란 잠재적 긍정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리케어센터 김동철 원장은 임상실험 등을 통해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상현실이 심리치료나 기억력 상승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만을 보고 임상적 실험을 거치지 않은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부분별하게 생산해 낸다면 그로 인해 우리의 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력을 간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심리치료기법 중 가장 효과가 크다고 나타난 것이 트라우마 상황을 재현하여 둔감화시키는 노출치료기법이다. Journal of Anxiety Disorders라는 학회지 2019년 1월호에 의하면 VR이 이런 심리적 증상을 악화시키는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은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결과치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나 어린아이에게는 트라우마에 대한 공포를 악화시킬 수도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의 가상현실 기술이 가상을 사실로 착각할 수준의 실감성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실감 기술이 더욱 발전되고 개인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할 경우 성인에게도 트라우마 공포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보다 철저한 임상실험을 통해 개인차나 연령대에 따른 결과를 미리 살펴보는 신중함이다.
[참고 자료]
가상현실은 당신이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서울 VR/AR 엑스포] 김동철 심리케어센터 원장이 말하는 VR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97942#csidxc73065872a97ad1b317ba9952e1c6f6
